국내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상반기에는 3.3% 증가했으나 7-8월 두달새 6.8%감소하면서 수출증가율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 통계 기준으로도 올 1-7월 미국의 대 한국 수입증가율은 2.6%에 그쳐 전체 수입증가율 9.5%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8월말 현재 2.85%로 98년(2.62%)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99년 3.05%를 기록한 뒤 2000년 3.31%, 2001년 3.08%, 2002년 3.06%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경쟁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11.20%로 상승세, 멕시코가 11.01%로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본과 대만은 각각 9.56%와 2.50%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품목은 무선통신기기(37.1%), 자동차(12.3%), 선박(1170%), 자동차 부품(13.1%) 등이며, 컴퓨터(-27.8%), 반도체(-17.7%), 의류(-12.0%) 등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무역협회는 최근 컴퓨터, 반도체, 섬유류 등의 수출 부진은 단순한 수출량 감소가 아니라 대미 교역구조나 품목별 수요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컴퓨터는 국내 생산라인이 해외로 이전됐거나 주력 수출품목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중국 쑤저우 공장을 가동, 노트북컴퓨터 생산에 들어갔고 삼보컴퓨터도 중국과 멕시코에 연간 300만대 규모의 설비를 가동하는 등 국내 생산라인이 해외로 이전됐으며, 데스크톱 컴퓨터의 수출은 81% 감소한 반면 휴대용 컴퓨터는 54% 증가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컴퓨터 생산기지가 제3국으로 옮겨 가면서 미국의 메모리칩 수입이 8.2% 감소했고, 대형 수요처인 델(Dell)과 HP 등의 중국 및 동남아 현지법인의 생산증가로 수출대상 지역이 바뀌고 있다고 무역협회는 설명했다. 섬유류 수출감소의 주요인은 가격경쟁력 약화 및 단가하락 등으로 분석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대미 수출감소는 양국 교역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반도체는 당분간 경기 호조가 예상되는데다 가격 안정, 플래시메모리 수요 증가 등으로 수출증가가 기대되지만 컴퓨터, 섬유류는 생산기지 이전이 확대되면서 수출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