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씨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전격 취임하면서 현대그룹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단 당분간 그룹 경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현 회장이 각 계열사의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책임 경영 체제로 그룹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데다 경영 경험이 없어 그룹 현황을 파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현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라며 "정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거의 간섭하지 않았듯 현 회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의 재편 과정에서도 현 회장이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거의 막바지에 이른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의 매각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으며 현투증권의 매각이 이뤄지면 자연히 현투증권이 대주주인 현대오토넷과 현대정보기술도 함께 그룹에서 떨어져 나간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지주회사인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상선, 택배, 아산, 증권 등 5개사 체제로 꾸려나간다는 기본 방향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아산에 대해 현대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유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현 회장이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룹 외적인 모습은 별다른 변화가 없겠지만 내적으로는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회장은 당장은 현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그룹을 끌고가겠지만 조만간 이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새 회장이 들어오면 기존의 경영진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정은 체제의 현대그룹이 순항할 지 여부의 최대 관건중 하나는 한때 마찰설이 흘러나왔던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 등 친척들의 협조다. 현 회장은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 경영 경험이 많은 집안 어른들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대가의 일부 인사들은 정씨 피가 섞이지 않은 현 여사에게 현대그룹의 경영을 맡기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소문이 재계 주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경영권에 대한 친척들과의 협의는 끝났으며 앞으로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회장의 큰딸인 지이씨가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 조만간 입사할 예정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미 후계자 키우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