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 국정연구센터의 후안강 주임(소장)은 "정부 기능이 규제에서 서비스로 바뀌어야 국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직의 크고 작음이 평가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베이징의 쌀쌀한 가을 날씨 탓인지 점퍼를 걸친 채 기자를 맞이한 그는 인터뷰 내내 서가를 오가며 관련 저서들을 보여주거나 직접 복사해 건네 주기도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설 즈음 대뜸 중국의 국조(國鳥, 나라의 새)가 뭔지 아느냐고 물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다타댜오(大塔吊, 타워 크레인. 마지막 글자가 '수리'를 뜻하는 댜오(雕)와 발음이 같음)"라고 말해줬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대형 기중기를 빗댄 농담이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는 그와의 인터뷰는 한국 경제의 화두인 생산성에서부터 시작됐다. [ 대담 : 베이징 = 오광진 특파원 ] ----------------------------------------------------------------- -비대한 정부가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정부 조직의 크고 작음이 우열을 판가름 짓지는 않습니다. 좋고 나쁜 정부가 있을 뿐이지요. 국가에는 두 종류의 손이 있습니다. 규제를 통해 필사적으로 돈만 걷어들이는 강도(强盜)의 손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손이 그것입니다.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손을 주로 사용해야 합니다. 간섭은 적고 서비스는 많은 정부, 인민의 생명 건강 취업 등에 책임감을 갖는 정부가 필요합니다." -서비스형 정부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정부 제도와 공공기관의 혁신을 통해 가능합니다. 중국은 과거 20여년간 개혁 개방을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제도혁신을 하지 못하면 고성장을 지속하기 힘듭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춰 거시경제관리, 시장감독, 공공서비스, 사회관리(사스 예방 등) 등 네 가지 기능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등에서는 노사 불안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중국은 어떻습니까. "중국도 노사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외자기업과 민영기업에서 노사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의 대가로 봐야 합니다. 중국에서도 노동자들이 정부당국에 신청하면 파업을 할 수 있으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할 때는 노동자의 권익유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은데요.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천년에 없는 대변화'를 겪으면서 발전과 함께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업 홍수가 생기고 부패는 심각해지고 생태환경의 파괴 수준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게 됐습니다.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소득 불평등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진 나라중 하나입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부론(先富論)으로 상징되는 성장위주의 정책이 궤도수정을 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중국 정책의 패러다임이 성장위주에서 균형발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도농간, 지역간, 경제와 사회간, 생태환경과 경제간 균형발전을 이뤄야 합니다." -평등을 내세우는 분배정책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체제와 충돌하지 않겠습니까. "개혁개방의 성과와 발전의 기회를 함께 누리자는 것입니다. 획일적인 평균주의와는 다릅니다. 더욱이 분배가 공평하게 이뤄질수록 경제성장이 촉진된 사례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경제는 과거 30년간 중남미에 비해 고속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의 소득불균형이 중남미에 비해 덜 심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중국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결합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공동발전 공동부유 공동향유 등 세 가지가 사회주의의 새로운 이념입니다. 중국은 인구대국이기 때문에 발전의 결과를 공유해야 진짜 경제대국이 될 수 있습니다." -눈을 바깥으로 돌리지요. 2001년 초 주룽지 전 총리에게 '한ㆍ중ㆍ일+홍콩'간 FTA(자유무역협정)를 건의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블록화를 어떻게 보는지. "아시아의 지역경제 블록화는 유럽에 비해 너무 느립니다. 유럽은 헌법까지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얼마전 선양에서 열린 행사에 3천여명의 한국 기업인이 참가했는데 그런 경우에는 무비자 입국을 시켰어야지요. 동북아 FTA 대상국도 러시아를 비롯해 주변 국가까지 포함시켜야 합니다." -한ㆍ중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들려주시지요. "한국의 대 중국 투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제조업 분야입니다. 서비스 업종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함께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보험과 같은 금융이 그렇고 교육 연구기관 위생 여행 등의 서비스업도 중국에 들어와야 합니다. 중국도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야겠지요. 여행업의 경우 올해 부분적으로 시장을 개방했습니다."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높습니다.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요.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국가지도자가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 있다면. "중국 역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安而不忘危(평안할 때 위태로울 때를 잊지말고), 存而不忘亡(생존할 때 망할 때를 잊지말고), 治而不亡亂(통치할 때 어지러울 때를 잊지말라)입니다." < kjo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