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건희 회장 주재로 '반도체 특별 전략회의'를 열고 플래시메모리 사업에서 세계 1위 목표를 공언한 것은 주력 반도체사업의사실상 세대교체를 선언한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성장동력인 메모리 D램 반도체가 한계점에 달한 만큼 이제새로운 '캐시카우'이자 성장동력은 플래시메모리라는 점을 안팎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측이 "경기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D램을 보완해 삼성의 신성장엔진으로 플래시메모리를 선정,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것은 바로 플래시메모리를 통해 반도체사업의 제2도약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기존의 D램이 PC 등 특정제품의 부품으로 사용되는데 비해 플래시메모리의 경우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3D 동영상과 모바일 외에도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카드, USB메모리, MP3 등 직접 소비재로 사용돼 디지털제품의 혁신을 동반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크게 데이터저장형인 난드(NAND)형과 코드저장형인 노어(NOR)형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는 난드형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현재 세계 1위다. 지난 한 해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65%로 플래시메모리의 원조격인 일본의 도시바(30%)를 크게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플래시메모리 전체 시장에서는 인텔(20%)에이어 12.2%의 점유율로 세계 2위에 올라있다. 3위는 ST마이크로로 9.1%이고 4, 5위는 도시바(8.8%)와 AMD(7.6%)다. 아이서플라이라는 시장조사기관 통계로는 인텔이 지난해 전체 플래시메모리 시장점유율 25.5%에서 올해 2분기 19.2%로 하락한데 반해 삼성전자는 작년 16.9%에서17.1%로 높아져 불과 2.1%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내년에는이 부문 세계 1위 달성과 함께 47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도 21% 이상의 시장점유로 1위를 확고히 지켜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신기술 개발에서도 이미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말 70나노 4기가 난드형 플래시메모리 개발을 발표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최대 3세대 정도의 격차로 조만간 업계 시장지배력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9년 256메가 난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이후 2000년 12메가를 만들어냈고 2001년에는 1기가, 작년에는 2기가를, 올해는 4기가를 잇따라 세계최초로 개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플래시메모리 개발에서 반도체 집적도가 1년6개월에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뒤엎고 집적도가 매년 배가된다는 황창규 메모리사업부 사장의 '메모리 신성장론'을 정설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가까운 미래에 256메가보다 100만배 이상의 집적도를 가진 반도체개발을 통해 손톱크기 만한 반도체칩에 미국 의회도서관 자료를 모두 담을 수 있는꿈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난드형 플래시메모리 시장규모는 23억6천만달러로 2001년 13억5천만달러에 비해 75%나 성장했으며 올해는 30억달러, 오는 2007년에는 160억달러 규모로 4년만에 5.3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난드형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88%, 노어형은 62%로 플래시메모리 평균 성장률도 7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이유가 충분히 수긍이 가는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메모리사업부의 이익률이 경쟁사의 배까지 격차를벌인 것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고 "플래시메모리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해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는데 반도체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