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를 하듯 지난 봄부터 추진해왔던 "2003년 한경-레버링 훌륭한 일터" 선정이 마무리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선정이다. 참가기업에 감사드리며 훌륭한 일터로 선정된 기업에는 축하를 드린다. 올해의 선정 작업을 정리하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 같은 작업이 갖는 진정한 의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들은 일터를 향한다. 자영업자가 됐던 샐러리맨이 됐든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게 되는 일터가 있다. 우리는 일터를 대립되는 두 개의 개념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일터'와 '사람을 통제하는 일터'가 그것이다. 자본주의가 어떻고 하는 어려운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들여다보면 된다. 과연 나의 회사는 사람을 존중하는가 아니면 통제하는가.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이다. 이 또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명제다. 중요한 것,서로의 의견이 분분한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돈을 버느냐 하는 측면이다. 우리는 그 해답을 이른바 초일류기업으로 불리는 '포천 1백대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포천 1백대 기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훌륭한 일터는 어떤 곳인가. 미국에서 선정을 주관하고 있는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20여년간의 현장 연구를 통해 초일류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냈고 훌륭한 일터를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훌륭한 일터는 △구성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의 일과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하는 구성원들 간에 재미있게 일하는 곳이다. 여기서 훌륭한 일터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신뢰다. 상사와 경영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높을 때 회사 방침에 대한 이해와 협력,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지만 이를 해체해 보면 칭찬 이전에 조련사와 고래 간에 존재하는 신뢰관계가 아니고는 춤추는 고래를 설명할 수 없다. 이번에 선정한 15개 기업은 포천 1백대 기업이나 유럽연합 1백대 기업의 선정에 사용하는 동일한 도구와 방법을 통해 가려졌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 기업은 국내의 일반 기업들보다 대단히 훌륭한 일터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문화 활동을 통해 보다 나은 일하는 환경을 조성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결같이 일반 기업이 보여주는 평균 이상의 성과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성과는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성과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인 사람이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구성원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는 최고경영자(CEO)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그럴듯한 수식으로 그치고 정작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은 많지 않다. 기업을 일하기에 훌륭한 일터로 거듭나게 할 때 그것이 구현될 수 있을 뿐이다.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훌륭한 일터 선정은 국내 기업들의 신뢰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다. "어디가 훌륭한 일터인가를 가리는 작업이 기업간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킬 것이며 이를 통해 유럽 기업들은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이 훌륭한 일터 선정에 재정적 후원을 하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