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이라크에서 받지 못한 미수채권 11억400만달러(약 1조3천600억원)를 과연 받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은 현대건설의 미수금 회수에 도움이 될 것인가. 미수채권을 회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이지송(李之松) 현대건설 사장은 1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이번에 미국의 법률회사인 에이킨 앤드 검프(Akin & Gump)를 방문해서 채권회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미국 재무부에서 채권을 전담했던 팀이 그대로 이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미국 법률회사의 로비 등으로 반드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국무부와 국방부, 재무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려던 계획을 법률회사의 만류로 취소했다. 지금 이 시점에 그들을 만났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건설측은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이라크 파병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심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신속히 대규모로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라크 부채 처리에서 거의 전권을 가진 미국이 한국의 도움을 받는다면 현대건설의 미수금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입장에서는 파병이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파병의 대가로 미수금을 회수했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장은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나라가 이라크에 빨리 많은 수의 병력을 파견해주기를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파병이 이뤄지면 미수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1조7천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현대건설은 이라크 미수금만 회수한다면 부채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 이라크 채권 해결절차는 4단계로 진행된다. 첫째는 파리클럽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에 각국 기업들이 채권신고를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신고를 받은 기관들이 그 부채를 구분해 평가, 분류작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세번째는 채권 처리 원칙에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합의된 원칙에 따라 이라크의 새 민간정부와 각 채권자가 별도로 협의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세번째 단계인 채권처리 원칙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는 서방선진7개국(G7)이나 G8(G7+러시아)이 결정하는데 아무래도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 현대측은 이에 따라 미국이 원칙을 확정하기전에 좋은 방향으로 처리되도록 로비를 하자는 것이다. 이 사장은 "실기(失機)하지않고 적극대응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측은 특히 자사의 채권이 미사일 등 전쟁 무기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경제와 민생에 직결되는 주택, 도로, 항만등 공공시설의 공사대금이며 91년 1차 걸프전 이전에 발생한 채권이라는 점에서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