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58)이 뛰고 있다. 최근 지방의 공장을 주요 경영진과 버스로 돌면서 현장 직원들을 독려하는가 하면 여러 행사에 잇따라 얼굴을 내보이면서 '일등 LG'의 실현을 위한 '솔선수범 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 95년 구자경 LG명예회장(78)으로부터 그룹경영의 바통을 넘겨받은 구본무 회장은 회장 승계 10주년을 2년 앞두고 LG를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LG 관계자는 전했다. 그동안 '인화(人和)'라는 보수·안정의 이미지에서 보여주듯이 밖으로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구 회장이 최근 여러 행사에 적극 참석하고 있는 것은 '일등LG'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그룹 구성원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 또 LG그룹내 구씨 가문의 계열분리를 완료하고 직할경영 체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 회장은 지난 30일 구자홍 LG전자 회장이 사임한 직후 경기도 평택 LG생산기술원에서 전자부문의 사업·기술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회의에는 허창수 LG건설 회장,김쌍수 LG전자 부회장,노용악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부회장,강유식 ㈜LG 부회장,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백우현 LG전자 사장,허영호 LG이노텍 사장,조영환 LG마이크론 사장 등 국내·외 주요경영진 50여명이 참석했다. LG 한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LG전선과의 계열분리에 따라 구자홍 LG전자 회장이 LG전선 소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계기로 구 회장이 ㈜LG의 사업자회사인 LG전자를 직할경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회의에서 "내년도 경영환경이 불확실하지만 미래의 성장엔진인 전자부문에 대한 R&D(연구개발)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는 LG가 불확실한 내년 경기전망과 불투명한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 문제 등 내·외부의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출범 2년째를 맞는 내년에 공격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달 23일부터 3일간 LG그룹 최고경영자 30여명과 함께 대형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창원 LG전자 가전공장,구미 LG필립스LCD 공장,청주 LG화학 2차전지 공장 등의 생산 라인을 둘러보는 '버스투어'를 다녀왔다. 생산혁신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28,29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LG 계열사의 최고경영자 50여명을 모아놓고 20여시간에 걸쳐 마라톤 '글로벌 CEO전략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만큼 핵심사업인 전자,화학·통신사업을 글로벌 시장의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임원 세미나에도 꼬박꼬박 참석해 '정도경영'과 '브랜드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정상국 LG홍보팀 부사장은 "구 회장이 최근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일등 LG'의 달성을 몸소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같은 구 회장의 행보에 대해 "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성공한 구 회장이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 등을 통해 전자·화학·통신의 역량을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니겠느냐"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