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구(具)씨 가계 내부의 지분정리를 일단락지은 것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해 나가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발족한 지주회사 (주)LG를 중심으로 화학과 전자ㆍ통신 분야에서 '1등 LG'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계열분리를 서두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공동창업자인 허(許)씨 일가와의 정유, 건설, 유통 분야에서 지분 정리도 탄력을 받게 됐다. ◆ 구씨 내부는 '정리 완료'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인 태회 평회 두회 등 LG 창업고문들이 대주주로 있는 LG전선은 LG에너지에 대한 지분 5.1%를 LG건설에 매각함으로써 LG전선은 LG계열에서 완전분리됐다. LG전선은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 4개사로 이뤄진 별도의 그룹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는 고 구인회 창업주에서 구자경 LG명예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등 3대에 걸쳐 이어지는 복잡한 구씨 일가의 지분정리가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LG는 지난 99년 LG화재해상보험을 고 구인회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고 구철회씨의 아들들에게 넘기면서 계열분리를 시작했다. 이어 2000년 3월 LG벤처투자가 고 구인회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회장으로 계열 분리됐고 같은해 9월엔 단체급식 제공업체인 아워홈이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에게 넘어갔다. 구씨 일가의 계열분리가 완료됨에 따라 LG의 법통을 이어받는 종가(宗家)에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LG 회장과 3남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 등 2명의 최고경영자(CEO)만 남게 됐다. 차남인 구본릉 희성그룹 회장은 LG와는 독립적으로 창업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어 계열분리 대상이 아니다. ◆ 핵심사업에 집중 LG는 지난 3월 자금부담을 무릅쓰고 대기업중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부터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었다. 복잡한 지분구조를 간단한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간 투자관계로 정리해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포석이었다. 이후 LG는 핵심사업인 화학, 전자ㆍ통신 부문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상국 LG 홍보팀 부사장은 "이번 LG전선을 비롯한 4개사 계열분리는 주력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LG의 사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된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열분리로 LG의 계열사수는 51개사에서 47개사로 줄었다. 이 중 36개사가 지주회사인 ㈜LG의 자회사다. ◆ 남은 과제 LG는 구씨 내부의 계열분리 완료 이후 고 구인회씨의 공동창업주 고 허만정씨의 후손들과 지분정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허창수 LG건설 회장,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등이 활동하고 있어 건설과 에너지, 유통 부문이 허씨 쪽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또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하나로통신 등 통신부문을 통합구조조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강화되는 통신사업에 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LG의 사업자회사중 일부를 매각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그만큼 LG엔 지분정리와 사업재편을 위해 아직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