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에 '탈(脫) 종합 메이커'를 겨냥한 사업부 해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미래 전망이 어두운 사업부문을 과감히 떼어내고,경쟁력이 확실한 부문에만 자원과 인력을 쏟아 붓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해체 열풍은 생존 차원을 넘어 미국 유럽 및 한국 메이커들에 빼앗긴 실지 회복을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정리 재편 과정에서 경쟁사들과의 짝짓기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히타치는 금년 초 비수익사업을 모두 정리하기로 확정한 뒤 전체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사업군에서 손을 떼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경쟁업체인 후지쓰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 패널)사업을 통합했으며,D램 반도체 부문을 NEC와 합작 설립한 엘피더 메모리로 넘겼다.


후지쓰는 독일 지멘스와 유럽지역 컴퓨터 사업을 통합한데 이어 일본 내 컴퓨터 생산 거점을 이시가와현의 후지쓰IT프로덕츠로 일원화했다.


히타치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합작 설립해 LSI(대규모집적회로)사업을 통합한 미쓰비시전기는 계통변전 사업에서 도시바와 손을 잡았다.


전자회사들의 선택과 집중 바람은 통신 및 전력 관련 업종의 수요격감에도 원인이 있다.


전자업계는 통신기기와 중전기 판매에서 얻은 대규모 수익을 반도체,컴퓨터 사업에 투자해 왔으나,이 부문의 신규 설비투자가 축소되면서 다른 활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실제 NTT(일본전신전화)의 경우 한때 연간 1조엔에 달했던 재래형 통신망 설비투자를 최근 5백억엔 수준으로 축소한 상태다.


10개 전력회사의 설비투자도 지난 93년 약 5조엔에 달했으나 올 계획은 2조엔을 겨우 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에는 매각 및 제휴 등을 통한 사업 슬림화를 외면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으며 정부 부처도 변신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12월 히타치 후지쓰 NEC 등 3개사에 통신기기 사업의 통합을 주문한 게 그 예다.


전기종합연구소는 "8개 전자대형사의 10년간 영업이익률이 2.6%로 8개 자동차회사의 4.4%에 비해 크게 뒤졌다"며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차원의 재편 바람과 변화에 적극 대응한 것과 달리 전자업계는 이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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