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거나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공장 설비와 중고 기계 매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9일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만 2조원어치에 달해 중고 설비 매매 중개업체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을 정도다. 중진공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8천여개 중소기업이 총 2조원 규모의 공장 설비와 중고 기계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집계됐다. 3조원가량의 매물이 쏟아졌던 외환위기 당시 이후 최대 규모다. 중진공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이 66.7%까지 떨어진 데다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공장 설비 및 중고 기계 매물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개설한 중진공의 유휴설비 포털사이트(www.findmachine.or.kr)에도 4천5백19건, 2천억원어치의 매물이 등록돼 있다"며 "기업 부도로 인한 매물도 많지만 경기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기 위해 기계를 매물로 내놓은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장 설비 및 중고 기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들 설비의 거래를 알선하는 중개업체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초만 해도 40여개에 불과했으나 반월ㆍ시화 등지에서 2백여개가 성업 중이다. 심지어 공작기계 등을 직접 만들던 제조업체들까지 생산을 포기하고 중고 기계 전문 매매업체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남송기계제작소 등 20여개사가 이같은 케이스라고 중진공 관계자는 전했다. 중고 설비 중개업체들은 매물을 끌어모으기 위해 반월 시흥 인천 성남 등 공장 밀집지역을 돌며 광고 전단을 배포하고 구매 업체에 대해서는 구입 자금도 알선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