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EL(유기전계발광소자) 시장을 놓고 선점 경쟁이 뜨겁다. 유기EL은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재료를 이용해 문자와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LCD(액정표시장치)는 뒤에서 빛을 비춰줘야 하지만 유기EL은 이같은 공정이 필요없어 생산원가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두께를 매우 얇게 만들 수 있고 응답속도가 LCD보다 1만배 이상 빨라 화면전환 때 잔상이 생기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동영상 구현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얘기다. 발광효율이 높아 전력 소모도 적다. 유기EL은 최근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에 채택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유기EL 시장 규모는 지난해 5백70만개에서 올해 1천8백만개,2005년 7천3백만개로 연평균 1백21%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대만업체들은 유기EL 시장을 놓고 이미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 코오롱 LG전자 등이 잇달아 사업에 진출,선발주자인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세계 처음으로 6만5천컬러 유기EL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1.1인치 크기의 휴대폰 외부창용으로 지난달부터 양산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말까지 이 제품의 생산량을 월 20만개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월 70만개 규모의 수동형 유기EL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 회사는 2005년에는 이 부문에서만 연간 9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세계 시장점유율 32%로 1위에 오른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은 모두 9백억원을 들여 충남 홍성에 월 52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고 있다. 양산시점은 내년 6월. 매출규모는 사업 첫 해인 내년 3백억원에서 2006년에는 3천8백억원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내년부터 유기EL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시험라인을 가동 중이다. 오리온전기도 양산을 목표로 생산라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국내업체보다 3∼4년 일찍 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99년 가장 먼저 이 시장에 뛰어든 파이오니아는 월 1백50만개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올해는 6백만개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디지털카메라용 2.16인치 능동형 유기EL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산요는 올해안에 휴대폰 내부창용 2인치급 능동형 유기EL도 상용화할 방침이다. 소니는 올해 초 12인치 패널 4개를 통합해 만든 24인치 능동형 유기EL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