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멕시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결렬의 책임을 유럽과 개발도상국으로 떠 넘기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고위 무역관료들이 15일 칸쿤 회의 결렬은 유럽과 개도국이 투자촉진 분야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농업부문 협상이 궤도를 이탈했기 때문이라며 유럽과 개도국을 싸잡아 비난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셋 샤이너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 때문에일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며 "사실은 미국이 관련된 농업 분야와 다른 영역에서 진지한 진전이 이뤄졌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은 특별히 중국의 불성실성을 강력히 성토했다. 에번스 장관은 중국은 WTO에 가입하면서 많은 약속을 했지만 이를 이행하는데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디트로이트에서 한 연설을 통해 "미국은 전세계 모든 국가와도 공정한 조건으로 경쟁할 용의가 있지만 불공정 경쟁 관행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장관은 또 단순히 미국 기업의 불만을 접수하는 차원을 벗어나 해외에서발생한 불공정 경쟁 관행을 색출하는 `불공적무역관행팀'을 신설해 미국 제조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칸쿤 회의 결렬은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 통상 문제에 더욱 강경하게 대처하라는 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무역 관리들은 칸쿤 회의에 참여한 22개국 개도국 그룹이회의를 결렬시킴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부국들의 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한 무역 관리는 미국은 최대한의 정치적 유연성을 갖고 칸쿤 회의에 임했다면서브라질, 인도, 중국,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도하는 22개국 개도국 그룹이상황 판단을 잘못함으로써 선진국 시장 접근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엄청난 오산'을 했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