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5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상무부내에 경쟁 대상국의 불공정 무역을 전담하는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팀'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제조업 전담 차관보 신설'에 이은 두번째 메가톤급 발표다. 이는 중국 등 경쟁 상대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덤핑, 보조금 지급, 환율 조작 등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피력이라는게 통상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자유무역'을 외쳐온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불공정 무역관행'도 막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국 정부의 보조금지급 등과 같은 문제를 사전에 발견, 시정토록 하는 등 '선제공세'까지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적지 않은 국제통상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제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의 이코노미클럽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신설 조직은 불공정 무역행위 개선은 물론 미국 업체들이 제기하는 무역 관련 분쟁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수출촉진을 지원하는 '신설 차관보'와는 분명히 다른 역할을 맡기겠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에번스 장관은 연설의 상당부분을 중국과 관련된 문제에 할애하는 등 중국이 궁극적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사무직이건 생산직이건 어떤 국가와도 경쟁할 수 있으나 중국은 공정한 게임을 벌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지 않은 데다, 폐쇄적인 유통구조 등 여전히 높은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압력의 내용도 확연히 달라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실업자 급증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 취임 후 3년간 제조업 부문의 실업자 수는 한 달도 빼놓지 않고 늘어나 모두 2백70만명에 이른다.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는 등 경제가 더 이상 어려워지면 재선은 물 건너갈 것이란 위기의식이 통상정책 강화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일련의 공세적인 통상 압력이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무역대표부(USTR) 등 다른 관련기관을 제치고 부시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이자 백악관의 핵심 실세중 한 명으로 통하는 에번스 장관이 총대를 잡았다는 데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중국과 경제 전면전을 벌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에번스 장관도 "중국이 미국과 북한과의 핵협상을 풀어나가는데 기여하고 있고 세계 경제의 지속성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바로 이런 논리가 최근 미국이 불공정 무역을 거론하면서 '중국' 대신 '아시아국가들'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빈도수가 높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불똥이 한국 등 주변국가로 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