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진로인수 의지를 밝힘에 따라 진로를 둘러싼 기업간 인수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원은 내년 1월쯤 진로매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대한전선의 '고백'으로 인수전이 예상보다 일찍 달아오를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왜=대한전선은 15일 조심스럽게 진로인수 의사를 밝혔다. 대한전선이 인수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진로채권을 세차례까지 매집할 때만 해도 투자목적임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대한전선은 지난 9일 네번째 매집한 2백52억원의 채권을 합치면 전체 채권투자액은 2천7백억원에 달한다. 대한전선이 경험이 전무한 소주산업에 뛰어들려 하는 이유는 미지수다. 여유자금으로 소주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진로를 인수한 후 제3자에게 재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3자를 위해 대한전선이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이면에 다른 기업이나 개인은 없다는 것이다. ◆인수전 조기 점화=대한전선의 고백은 진로인수를 검토해온 다른 기업들을 수면위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이 국내에선 두산 롯데 하이트 등이며 해외에선 골드만삭스다. 업계에선 대한전선 외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골드만삭스와 두산,롯데를 들고 있다. 우선 골드만삭스는 전문 투자회사로 진로에 대한 투자가치를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진로의 가치를 2조원 이상으로 본 것도 골드만삭스가 유일하다. 결국 기대수익률만 확보된다면 진로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인수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거나 2∼3년 후 재매각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를 주축으로 한 외국 채권자들의 컨소시엄도 예상된다. 한때 주류명가였던 두산도 인수예정자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두산 관계자들은 돈만 있으면 진로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롯데는 국내 알짜기업 인수에 관심이 많은데다 한때 소주사업 진출을 검토했던 전력이 있다. 두산과 마찬가지로 부채문제가 정리되면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할 개연성이 높다. 고기완·강동균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