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대표 김징완)이 개발한 '진공 브라스팅 로봇'은 선박 건조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삼성중공업은 2001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6개월에 걸쳐 김세환 생산자동화 연구부장 등 27명의 기술자와 14억3천만원을 투입했다. 최근 조선업계는 잇따른 선박 수주로 건조 선박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조선소에서는 선박의 건조 일수를 줄이고 도크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대형화된 블록으로 나눠 제작한 다음 블록을 짜맞추는 방식으로 선박을 건조한다. 선박 건조의 핵심인 도장 공정 가운데 도크 안에서 블록간 연결부를 처리하는 작업은 선박의 품질 향상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 공정은 전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빠른 작업이 요구되지만 현재 대부분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작업 환경이 열악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각종 분진 및 페인트 가루 등으로 인해 환경 오염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인건비 상승과 선주의 고급화 규격 요구로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는 공정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게 브라스팅 공법이지만 현재는 인력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시간당 5m 정도 작업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자동 브라스팅의 경우에도 작업 부위별로 전용 장비가 개발돼 있어 전체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브라스팅 작업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진공 브라스팅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대형 블록간 연결부위인 용접선의 도장 품질을 높이기 위해 표면처리 기능까지 갖춘 진공 흡착식 모바일 로봇이다. 모든 방향으로 구동이 가능해 병목이 발생하는 공정을 없애고 작업자의 안전과 환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특히 특정 부위만을 작업하는 전용 장비가 아니라 블록간 연결된 모든 부위를 작업할 수 있는 범용 장비로 장비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작업량이 분당 2m로 기존 공법에 비해 훨씬 앞선다. 무선 리모트컨트롤로 조정이 가능하며 각종 노이즈 및 장애물이 많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