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대표 양흥준)의 퀴놀론계 항균제 제미플록사신은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팩티브'의 핵심 성분이다. 팩티브의 FDA 승인으로 LG생명과학은 국내 1백여년에 걸친 의약품 개발 역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 특히 외국 의약품을 모방해 개발하거나 수입판매하는 데 급급해온 국내 제약업계에 '한국도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약을 내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팩티브는 만성 기관지염의 악화 및 폐렴 부비동염(축농증) 등 호흡기 감염 치료에 사용되며 기존 항균제에 내성을 가진 주요 병원균에도 우수한 약효를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항균제에 비해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병의 종류에 관계없이 하루 1회 3백20㎎을 복용하면 된다. 현재 세균 감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항균제로는 세파로스포린계 페니실린계 퀴놀론계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마크로라이드계 등이 있으며 세파로스포린계와 페니실린계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세파로스포린계 페니실린계 및 마크로라이드계 항균제에 대한 내성 균주가 증가,이들 항균제의 유효성이 떨어지면서 퀴놀론계 항균제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팩티브는 주요 호흡기 감염균 및 내성균에 탁월한 약효를 나타내 호흡기 감염 치료제로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제미플록사신의 합성 및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내 9건,해외 47건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국내 2건,해외 6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또 국내외 학회에서 1백30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팩티브 연구를 위해 지난 91년부터 12년 동안에 걸쳐 3천억여원을 투입했다. 팩티브 개발에는 추연성 상무,김인철 상무,남두현 상무,김충렬 부장,손웅락 부장 등 모두 1백여명의 연구원이 참여했다. 팩티브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는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퀴놀론계 항균제 프로젝트에 도전한 지 2년만에 신약개발 팀장을 맡고 있던 최수창 박사가 죽었으며 동물 실험의 실패로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도 했다. 제품이 개발된 후에도 FDA의 신약승인 보류(2000년 12월),제휴기업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의 결별(2002년 4월) 등 난관에 부딪쳤다. 추연성 상무는 "수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제휴기업을 선정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한 데 힘입어 결국 FDA의 신약 승인을 얻어냈다"고 되돌아봤다. LG생명과학은 새로운 제휴기업인 미국 진소프트를 통해 빠르면 올해안에 팩티브를 미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영국과 캐나다 헝가리 남아프리카 등에도 신약 승인을 신청해 놓고 있다. LG생명과학측은 2007년께엔 팩티브가 세계 시장에서 4억달러 이상 판매돼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순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안에 본격 시판되며 2∼3년 뒤에는 연간 2백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