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도 커 배 사과 등 일부 농산물의 경우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배산지인 나주지역은 수확을 코앞에 두고 대규모 낙과 피해를 입었다. 나주 일대 배 과수단지의 피해면적은 6백ha(1헥타르=3천평)에 달했으며 순천 75ha 구례 48ha,해남 12ha가 피해를 입었다. 또 태풍의 한 가운데에 놓였던 경남 진주 일대도 수확 직전인 배중 90% 이상이 떨어지는 큰 피해를 겪었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7천ha의 과수원이 낙과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옥산리에서 배과수원을 하는 김상중씨(53)는 "3만7천여㎡의 배과수원이 강풍으로 엉망진창이 됐다"면서 떨어진 배를 들고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추석 연휴만 지나면 수확할 예정이었는데 종이봉지에 싸인 배가 거의 전부 떨어지고 나무마저 부러져 내년 농사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떨어진 배는 상처가 많아 주워도 상품성이 없다"면서 "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 등 경남북 일대 사과 과수원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아직 정확한 피해면적이 집계되지 않았으나 태풍이 대구지역도 휩쓸고 간 만큼 사과 재배단지의 피해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추석연휴로 인해 과일거래는 한산했으나 백화점 할인점의 과일 바이어들은 과일피해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롯데마트의 한 바이어는 "태풍이 강타한 만큼 과일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추 가지 호박 오이 등 최근들어 가격 폭등세를 보였던 농작물들도 이번 태풍으로 가격오름세가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농작물은 추석 성수기 이후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상례였으나 태풍으로 비닐하우스 피해가 컸던 탓에 당분간 가격내림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벼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농림부 집계 결과,전남지역의 논 2천6백15ha가 침수된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만6천ha가 피해를 입었다. 2만2천ha가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고흥 1천9백12ha,여수 6백5ha,완도 90ha가 각각 침수됐다. 나주는 1천2백20ha,신안은 9백98ha,보성 8백25ha,장성 7백34ha 등이 도복 피해를 입었다. 김혜수·류시훈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