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국제 통상의 틀을 재편하게 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한걸음 한걸음 진행되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을 둘러싼 대내 협상이 UR때 못지 않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우려되고 있다. 통상 협상은 대내 협상이 대외 협상보다 더욱 중요하다는게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이는 특히 농업 분야의 경우 농민들을 설득하고 국내 반발을 다독이는게 그만큼더 힘들다는 얘기다.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이경해(55)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자 농정당국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휴일중 이 사건을 접하고 UR 때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무릎에 힘이 쭉 빠졌다"고 한다. 물론 이 전 회장의 자살 사건은 대외적으로 우리 농업과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고 개도국 지위 유지를 주장하는 우리 정부의 협상 입지를 뒷받침하는데에기여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대내적으로는 농민들의 반발을 결집시키고 촉진시킬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농정 당국에 점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장 이 전 회장의 자살 사건뒤 농업협상의 즉각 중단과 우리 정부측 대표단의철수를 요구하는 농민.사회 단체의 성명서가 잇따르고 있다. 물론 정부는 대표단 철수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 입장에서 개방의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격으로 계속된 궂은 날씨로 흉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태풍`매미'로 인해 농작물 작황이 더욱 나빠질 전망이어서 농심(農心)이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이치다. 불에 기름을 붓듯이 이 전회장 사건이 흉흉한 농촌의 민심을 동요시켜 UR 때와같은 농민들의 반발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기류는 당장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FTA 비준안 처리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부담이 큰 만큼 정부가농민단체들과 농정협의회를 구성해 설득작업을 벌이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왔다. 안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 이 전 회장의 예기치 못했던 자살사건은 비준 처리의 큰 복병으로 작용하리라는게 농림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당장 청와대가 계획하고 있는, FTA를 주제로 한 국정토론회는 이 전 회장의 장례일과도 겹칠 수 있는 만큼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정 당국의 역할이 주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림부는 DDA 농업협상과 관련, UR 때의 개방 경험도 있고 해서 농민들의 반발이 당연히 크겠지만 UR 때 만큼은 아닐 것으로 그동안 판단해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황이 악화될 수 밖에 없어 걱정"이라면서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개방에 따른 대책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