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할 의사를 시사했다. 과거 환율제도 변천사로 볼 때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가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하기 위한 바로 전 단계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이 제도를 채택할 경우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정환율제를 실질적으로 포기함을 의미한다.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면 위안화 가치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할 경우 환율제도는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위안화 가치는 예상대로 평가절상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미리 알아본다. ◆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란 =환율이 어떤 방법에 따라 결정되느냐에 따라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도로 구분된다. 고정환율제도 하에서는 외환당국이 환율을 고정시키는데 반해 변동환율제도는 외환당국이 환율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된다.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는 환율제도가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기 전 단계의 과도기적인 환율제도로, 교역량이 많은 몇몇 국가 통화의 시세와 국내 물가상승률 등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통화가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70년대 말까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원화가치를 고정시켰다가 환율조정 요인이 누적된 뒤 한꺼번에 인상하는 조치가 반복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경우가 많자 80년부터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이 제도 하에서는 소위 실세 반영장치라는 것이 있어 외환당국이 환율 수준을 의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이 때문에 미국 등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받아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하자 90년 3월부터 시장평균환율제도로 이행했다. ◆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 =앞으로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과 중국의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로 구성된 독자 바스켓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즉 SDR 바스켓에 의해 산출된 위안화의 대(對) 미국 달러화 환율과 중국의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로 구성돼 있는 독자 바스켓을 이용해 산출된 대미 달러환율을 기준으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장이 중국의 국제수지 상황과 대내외 금리차 등을 감안해 매일 집중기준율을 결정ㆍ고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복수통화 바스켓 방식에 의해 결정된 환율은 실세 반영장치라는 정책변수 때문에 환율이 중국정부에 의해 조작될 소지가 언제든지 있다. 이 경우 미국 등으로부터 여전히 평가절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채택한 대부분 국가에서 이같은 한계에 봉착했었다.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조만간 변동환율제도로 이행될 것으로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변동환율제도로 이행된다 하더라도 초기에는 환율이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이는 시장평균환율제도로 운영되다가 환율 변동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 위안화 가치, 어떻게 될 것인가 =관심의 초점은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한 이후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한 나라 통화가치의 적정 수준을 따지는 환율구조모형, 경상수지 균형모형, 수출채산성 모형과 같은 방법을 통해 위안화 가치의 적정 수준을 따져보면 달러당 6.9∼7.0위안으로 추정된다. 현 중심환율은 적정 수준보다 약 20% 저평가된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이 바스켓 구성통화를 어떻게 가져가든 간에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꺼번에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점진적으로 평가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상된다면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중국 문제만큼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