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통신장비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휴대폰에 대해 수입 규제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진의 파악에 나서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 휴대폰 업체를 먹여 살린다고 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휴대폰 수입이 제한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휴대폰 업체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총 23억8천만달러로 전체 휴대폰 수출액(1백16억달러)의 20.4%를 차지했다. 올해도 30억달러어치 이상을 중국 시장에 내다 팔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중 사스(SARS) 여파로 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휴대폰 업체들은 이제 막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오는 8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보기술(IT)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신식산업부의 왕쉬둥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정부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중국 지역에 수출되는 유럽형 GSM 휴대폰이 1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중국에 판매하는 CDMA 휴대폰의 경우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GSM 휴대폰의 경우 제조자 생산설계(ODM) 방식으로 수출해왔기 때문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수입 규제를 실시할 경우 팬택을 비롯해 ODM 방식으로 수출해온 업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 중견 업체들은 가뜩이나 현지 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온 상황에서 수입 물량이 일률적으로 제한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걱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휴대폰 메이커들은 중국 현지 생산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반제품 수출로 전환하거나 현지 생산공장을 세우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지 관계자들은 중국 내 휴대폰 생산기업이 외자기업을 포함해 37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해 생산설비 과잉이 우려되고 있어 현지 생산 확대도 쉽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는 외자기업은 1년에 두 차례 생산쿼터를 할당받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중국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선 다변화를 추진해왔다"며 "유럽이나 동남아,남미,북중미 등 신시장 개척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