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는 5일 태국 푸켓에서 이틀간 회의를 가진 뒤 공동성명을 발표,"중국 등 고정환율제도를 사용하는 나라들도 이제는 외부 변수를 정돈되고 균형있게 반영해주는 '적절한(appropriate)'환율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미국 측에서 주장했던 "각국의 특수 상황에 맞는 보다 '유연한(flexible)' 환율정책이 필요하다"는 표현보다는 강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이 점차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기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과 중국을 방문한 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회의 직후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장기적으로 유연한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는 참가국들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노 장관은 "미 달러화에 고정되는 페그제를 도입하고 있는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가 달러 약세로 인해 자국 상품을 상대적으로 싼 값에 미국에 수출해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합의가 미국 제조업체들을 위한 미 정부 통화전쟁의 첫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국가들이 시장에서 결정하는 자유로운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 부부장 등 중국 대표단도 미국측이 주장한 '유연한'이란 단어를 포함하지 않은 이번 공동성명에 만족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구체적이고 강한 문구 대신 '적절한'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선호해 공동성명 작성 실무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