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40대 임모씨는 올해 초 한 카드사로부터 1천500만원 상당의 카드 대금이 연체됐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11년 전에 가출한 부인이 남편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아 쓴 것이었다. 30대 주부 박모씨는 여동생이 자신의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받아 쓰다가 카드대금을 연체한 사실을 알았다. 여동생이 사용한 금액은 무려 3천만원. 카드사로부터 가압류 통지를 받고 일단 자신의 이름으로 대환대출을 받았으나여동생이 돈을 갚지 않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처럼 가족이나 친지 등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명의도용으로 인한 신용카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4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8월 명의도용으로 인한 신용카드 피해상담 건수는 710건으로 지난해(386건)보다 83.9%나 늘었다. 특히 명의도용 피해의 71.9%가 가족, 친지, 친구 등 주변 사람에 의해 발생했으며 모르는 사람에 의한 피해는 28.1%에 불과했다. 유형별로 보면 가족 간 명의도용이 53.8%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평소 잘 알고지내던 지인'(8.7%), `친척'(5.4%), `동거인.약혼자'(2.3%), `직장동료'(1.7%) 등에의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의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금액은 `1천만∼3천만원대'(34.5%)가 가장 많았고, `500만원 이하'(30.1%), `500만∼1천만원'(19.9%), `3천만원 이상'(15.5%) 등의 순이었다. 부정 발급받은 카드 수는 `1매'가 63%로 대부분이었으나 `2∼3매'(22.1%), `4∼5매'(9.5%), `6매 이상'(5.4%)도 적지 않았다. 남이 사용한 카드 대금으로 신용불량자가 돼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5.8%나 됐다. 이경진 소보원 소비자상담차장은 "가족 간 명의 도용으로 인한 카드 피해는 금전적 피해 외에 이혼, 가출 등 가정불화는 물론 가족 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가족간이라해도 남의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면 위법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