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3일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 도입이란 카드를 제시, 미국 일본과의 환율전쟁 불씨를 일단 껐다.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라'는 미ㆍ일 양국의 협공을 피하는 한편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도 억제하기 위해 바스켓시스템 도입이란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대부분의 국가들도 완전한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기 이전에 '고정환율제도->단일변동환율제->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라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페그제(달러연동 환율제)에서 한 단계 발전한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을 도입하면 미국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데이비드 시몬스 이코노미스트는 "바스켓 시스템 도입은 양국 모두에 윈윈(win-win)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 환율전쟁 불씨 일단 잠복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의 도입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위안화를 둘러싼 환율 논쟁은 일단락됐다.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도 서서히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결국에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것이란 굳은 약속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은 이날 관영 금융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결국에는 시장이 위안화 가치를 정하도록 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갑작스럽게 변동환율제를 도입할 경우 저평가돼 있는 위안화 가치가 급등, 수출 채산성 악화로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환율 변동폭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도 "위안화 환율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중간 조치'에 중국 지도자들이 이미 착수했다"며, 중국의 바스켓제도 시행을 기정사실화했다. ◆ 변동환율제 도입까지는 시간걸릴 듯 이제 관심은 언제쯤 중국이 환율제도를 바꿀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 등 중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만큼 바스켓 제도는 예상보다 빨리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변동환율제 도입 시점은 예상보다 먼 장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은 환율 변동폭 확대를 위한 3대 선행조건으로 △충분한 시장개방 △자본거래에 대한 통제 완화 △국유은행 개혁 완료 등 구체적 과제를 제시, 변동환율제 채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교역국들의 이해득실 계산도 더욱 바빠지게 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대중국 교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은 벌써부터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의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특히 정보통신 교통 등 국가 기간망 사업과 관련한 분야에서 대중국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바스켓제도란 통화바스켓은 2개 이상의 주요 교역국 통화가치와 국내 물가상승률을 감안,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고정환율제보다는 환율변동폭이 크다. 보통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가기 전의 과도기적인 환율제도로 우리나라도 지난 1980-90년에 시행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