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센트럴빌딩 신용회복지원위원회. 6층에 자리잡은 20여개 상담창구는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신용불량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 신용불량자들은 엘리베이터 앞과 계단까지 점령한 채 상담을 위해 3~4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1개 금융사에서 1천만원 미만의 빚을 져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소액신용불량자(81만명)를 구제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신용회복지원회의 상담창구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몰려든 신용불량자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 구제책 효과, 미지수 =정부가 내놓은 구제책의 핵심은 개별 금융사들이 소액신용불량자들의 △연체이자나 대출금을 일부 감면해 주고 △연체금 상환을 연장해 주도록 유도하는 것. 정부는 이를 위해 소액신용불량자 구제에 적극적인 금융사에 경영감독시 혜택을 주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 대해 금융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나서 신용불량자의 대출 원리금을 깎아주라고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게 금융계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신용불량자 또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직전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회생제도는 무엇일까.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신용불량자에게 원리금 감면등의 혜택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렇다면 현재로선 대환대출, 개인워크아웃, 개인파산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 신용불량 직전이라면 대환대출 =대환대출이란 연체금을 대출로 전환하는 것으로 신용불량자는 대환대출을 받을 수 없다. 신용불량자 등록시점은 3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했을 때. 따라서 연체 1개월 이상부터 3개월 미만 사이에 대환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대환대출을 받으면 연체금을 최장 5년간(보통 3년) 나눠 갚을 수 있다. 이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연 25% 수준(카드사 기준). 통상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한다. 보증인 없이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연체금의 20% 정도(연체 5백만원 미만시)를 미리 갚아야 한다. 대환대출의 문제점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보증인까지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최근 들어 가족간 대환대출 보증을 섰다가 모든 가족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가족 신용불량자'가 늘고 있다. ◆ 돈버는 신용불량자는 개인워크아웃 =신용불량자 가운데 수입이 있다면 개인워크아웃제를 신청해볼 만하다. 신청자격은 2개 이상 금융사에서 3억원 미만의 빚을 지고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백2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신용불량자에 한정된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신청을 해야 하며 채무와 관련된 각종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개인워크아웃 대상자가 되면 신용불량자에서 즉시 해제된다. 연체금도 최장 8년간 나눠 갚을 수 있다. 또 △연체이자율 인하혜택(연 8∼10% 적용) △연체이자 감면혜택 △대출원금(상각채권의 경우) 일부 감면혜택 등을 받게 된다. '끊임없는 빚독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도 개인워크아웃제의 장점이다. ◆ 마지막 비상구, 개인파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신용불량자라면 개인파산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개인파산은 국가가 채무자에게 제공하는 마지막 회생 제도로 최근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말까지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1천3백58명으로 이미 지난해 신청자수(1천3백35명)를 넘어섰다. 미국에선 최근 1년간 1백61만명이, 일본에선 21만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개인파산을 신청하려면 거주지에 있는 지방법원을 찾아가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개인파산선고→면책신청→면책여부 결정 등이 진행된다. 파산신청부터 면책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은 총 6∼7개월.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개인의 채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파산선고 후 면책결정을 받으면 법원은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균등 분배한다. 이때 모든 채무가 사라지고 '파산인'에서 '정상인'의 신분으로 바뀐다. 단 도박, 낭비, 사기 등 면책 부적격 사유가 있는 사람은 면책결정을 받을 수 없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