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이 한국과 홍콩, 대만의 FDI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2003년 세계무역보고서에 따르면 아태지역의 FDI는 2001년과 2002년에 2년 연속 감소했으며 올해도 FDI가 증가할 가능성은 미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태 국가의 FDI가 3년 연속 부진을 보이는 것은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딘데다 취약한 해외 수요, 기업에 대한 신뢰 저하,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에 기인한것으로 UNCTAD는 풀이했다. UNCTAD는 그러나 아시아는 올해 개도국권에서는 가장 많은 FDI를 유치할 것으로보이며 장기 전망도 여전히 밝다고 말했다. UNCTAD는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하강에 가장 영향을 덜 받았으며 쌍무투자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약 등 국가차원에서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각종 조치등규제 완화 노력이 활발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의 경우, 세계 경제 침체등의 이유로 역내 59개 국가. 지역 경제 가운데 31개가 외국인 투자의 순유입액이 감소했다. 동북아에서는 한국과 홍콩, 대만의 지난해 FDI 순유입액이 각각 44%와 42%, 65%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홍콩, 대만의 FDI 유치가 부진한 것은 다국적기업들이 생산활동 기반을 보다 비용이 낮은 지역으로 옮기고 있는 탓도 있다고 말했다. UNCTAD는 동북아에서는 중국만이 유일하게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낮은 노동비용,규제완화에 힘입어 13%의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처럼 노동비용이 낮고 투자여건이 좋은 말레이시아는 같은 기간중 무려 47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중국의 지난해 FDI유치액은 527억 달러로 기록적인 수준에 달했다. 중국의 FDI누적총액은 지난 90년 250억 달러에서 지난해에 4천480억 달러로 급증했다. 홍콩(4천330억달러)을 합하면 미국(1조3천510억달러)에 이어 일약 2위로 도약한 셈이다. 반면 세계 최고의 투자대상이었던 미국은 최근 수년간 FDI의 순유입이 침체하고 있는 상태이며 지난해의 경우에는 980억 달러의 마이너스(순유출)을 기록했다. UNCTAD는 중국이 개도국권에서는 당분간 최대의 수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한국을 포함한 역내의 다른 국가들은 이런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NCTAD는 FDI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투자와 관련된 국가의 정책 공간과 투자와 관련된 국제협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홍콩, 대만에 대해서는 역내 협력이 중국의 '빨대'에 대처하는 하나의 활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UNCDTAD는 세계 전체의 FDI는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40%와 21%가 감소했으며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정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소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