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등 고율의 이자를 받고 대출을 쉽게 해줘 청소년들이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상태에 이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지난해 20-24세 청년 중에 채무 변제 능력이 없다고 신고하거나 개인파산을 당국에 신청한 채무자가 17만4천명으로 1999년에비해 3분의 1이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변제 불능 채무자는 205만명에서 220만 명으로 15만명 늘어 실제론 25세 이상 등록자는 줄어든 셈이다. 또 독일은행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18세-24세 청소년 가운데 11%가 은행 대출을받았으며, 3%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처지에 있다. 슈피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청소년 파산 급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금융기관들의 신용 남발을 꼽았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소비자센터의 파산 전문가인 베른트 야케모스가 최근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을 은행에 보내 중고자동차와 가구 등을 사기위한 대출을 요청토록 한 결과 22명 가운데 17명이 카드나 대부 형식으로 신용을 받았다. 사실 이들은 직장 초년생을 가장해 허위로 수입과 지출 등을 제출했으며 정상적심사를 통해서는 대부나 카드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최고 1만5천500유로까지 대출을 받았다. 대신에 이율은 정상적으로는 거의 상환 불가능할 정도로 높았다. 또 유혹에 약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가의 소비제품을 사지 않으면 마치 또래집단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따돌림당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업체들의 공격적인 광고.판매전략도 청소년 부채 급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상품으로 휴대전화를 꼽고 있다. 휴대전화나 이통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미성년자들이 상호 보증을 서게 한 뒤 계약을체결하게 하거나 나중에 부모에게 대금을 청구해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사회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부모의 계좌에서 강제로 요금을 인출해줄 것을 은행측에 요구해 문제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과거 금융기관이나 소비제품 업체들은 미성년자에게 과도한 신용을 준 뒤 나중에 부모에게 모욕을 주거나 협박해 돈을 받아내는 수법을 썼으나 이런 행태는 소비자보호단체들의 항의 때문에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같은 악덕상혼의 대상은 이제 미성년자를 갓 벗어난 `미숙한 성인들'로 이동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