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은 고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딸로 1949년 이화여대를 나와 용문고교장-여성유권자연합회 회장-청소년단체협회 회장-한국 걸스카우트지원재단 이사장 등을 거치며 평생 청소년 교육사업에 몸을 바친 인물이다. 김창성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친동생이기도 하다. 김문희 이사장은 상중(喪中)이라는 이유로 한사코 인터뷰를 피했지만 현대그룹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김 이사장은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있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엘리베이터가 상선의 1대 주주(15.2%)이고 상선이 증권 택배 아산 정보기술 등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KCC측이 경영권 안정을 명분으로 현대그룹에 대한 지분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김 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향후 현대의 경영흐름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 정몽헌 회장을 대신해 당분간 현대그룹을 관리하겠다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은 유족들이 경황이 없고 (경영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 삼촌으로서 계속 보살펴 주시겠다는 뜻으로 알고 있고 고맙게 생각한다. 사위(정몽헌)가 평소에도 정 명예회장을 많이 의지했으며 정신적인 도움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그룹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현대그룹의 명예는 가족들이 반드시 지켜나갈 것으로 믿는다.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되 가족들이 뒷받침을 잘 해주면 될 것이다."('가족들'이 누구를 지칭하는 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대그룹을 경영할 뜻이 있는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서야 할 상황이 되면 당연히 나설 것이다. 다만 지금은 너무 나선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경영진이 업무보고를 하러 온다고 하기에 돌려보냈다." -엘리베이터 지분이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담보로 들어가 있다는데. "(시인도,부인도 하지 않으면서)고인이 삼촌에게 돈을 빌리긴 빌린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상가에서 현대 구조본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아 그거는 삼촌이 봐주신 것'이라고 얘기합디다."(이 얘기는 조건없는 거래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분도 내 돈으로 직접 매입한 것이다. 은행에 물어봐라.사위 돈으로 대신 산 것이 결코 아니다. (담보 얘기는) 중간에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엘리베이터의 대주주이고 지분만큼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그룹 후계구도는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나. "현대그룹은 정몽헌의 기업이다. 그 점이 중요하다." -어린 손자(정몽헌 회장의 외아들)가 장차 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나. "그럴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다. 여러가지 길이 열려 있다고 본다. (대주주로서) 후계를 결정하는 과정에 당연히 개입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흐름이 생길 때까지 당분간 관망할 생각이다. 그동안 경영은 전문가들이 하면 되지 않나." -항간에는 '이사장님 쪽에 아들이 없어 현대그룹을 경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는데. "여자라고 경영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오히려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 당당하게 입장을 내세울 수 있다." -친정(전방)쪽 사람들이 현대그룹에 관여할 가능성은. "그 사람들은 현대와 전혀 상관없다." -정상영 명예회장을 만날 생각인가. "조만간 찾아뵐 생각이다. 벌써 찾아갔어야 하는데 내가 체질적으로 그런 것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뻔하지 않나. 잘 돌봐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엘리베이터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도 나누고 그래야지." -현대 일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 정주영 회장께서 가족문화를 잘 일궈놓으셨다. 가족들의 결속력이 너무 좋다." -현 엘리베이터 경영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잘 모르겠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