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 보고회의에서 확정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은 노무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할 산업정책의 윤곽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성장동력 산업을 통해 10년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산업에 치우친 산업정책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의 공동화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10대 신산업을 담당할 부처가 정해지지 않았고 관련부처간 주도권 다툼이 여전한데다 예산확보 등 구체적인 실행전략도 없어 총론 수준의 청사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을 담았나 정부는 10개 산업별로 적게는 3개,많게는 7개까지 세부 품목을 정했다.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사업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품목들을 골랐다. 정부는 이들 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지원금을 내년 예산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사업 첫 해인 내년에는 5천억∼6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민간 기업의 투자분까지 포함하면 총 1조∼1조2천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들 산업은 5∼10년후 매년 1백억달러 이상의 제품을 수출,한국의 미래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또 신산업을 추진하는 업체에는 금융·세제상 혜택을 주기로 했다. ◆획기적 규제완화 검토 정부는 기업들의 기술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공업배치법)을 개정,수도권에도 공장을 짓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증설하는 것을 제한했던 각종 규제도 폐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디지털TV,미래형 자동차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과 관련이 있는 대기업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타회사 지분 취득을 순자산의 25% 이내로 제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부처간 영역다툼 치열할 듯 정부는 조만간 신산업을 담당할 주관부처를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은 서로 신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산업으로 선정된 분야의 세부 품목들은 각 부처가 연관돼 있어 업무영역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정보기술(IT)산업 주도권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추진했던 '6T'(IT,BT,NT,ET,ST,CT)산업 육성책과 같은 추상적인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정부 부처간 경쟁은 관련 사업분야에 부담을 주고 충돌을 일으켜서 비효율을 초래하는 것이 문제"라고 부처간 잡음에 대해 경고했다. 한편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은 "제대로 된 기술평가나 시장평가 없이 부처간 타협과 빅딜로 산업을 선정했다"고 비판하면서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업선정 과정을 철저히 파헤쳐 부당함이 드러나면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