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증가하는 데 그쳐 4년 반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분기 대비로는 0.7% 감소하며 5년만에 처음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본격 침체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7∼9월) 경기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사 분규 등으로 경기바닥 탈출을 확신하기엔 아직 이른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북핵 문제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이라크전,카드채 문제 등 각종 악재가 2분기에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급격히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3.7%)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98년 4분기(마이너스 5.9%)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특히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마이너스 0.4%)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80년 1분기(마이너스 0.4%)와 2분기(마이너스 0.7%) △92년 2분기(마이너스 0.2%)와 3분기(마이너스 0.2%) △98년 1분기(마이너스 7.1%)와 2분기(마이너스 1.6%)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계절변동조정 실질 GDP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70년 이후 전분기 대비 GDP 증가율이 3분기 연속 감소한 경우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전기 대비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가 '침체국면(recession)'에 들어선 신호로 해석한다. 부문별로는 지난해 연간 6.8%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민간소비는 올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2.2% 감소,98년 4분기(마이너스 9.2%)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전기 대비로도 마이너스 1.4%를 기록,1분기(마이너스 2.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민간소비가 두 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설비투자도 전년동기 대비 0.8% 줄어 2001년 4분기(마이너스 2.2%)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역시 증가세가 둔화(1분기 19.8%→2분기 12.0%)됐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감소폭이 더 커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전분기 19.4%에서 마이너스 7.7%로 하락한 반면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전분기 80.6%에서 1백7.7%로 상승했다. 한편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수출 단가가 수입 단가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교역조건이 악화된 탓에 전년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극히 부진해 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라며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 노사문제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어 올 2분기를 '경기 바닥'으로 진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