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4분기는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며 극도의 침체에서 허덕인 시기였다. 경제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에 그쳐 환란 이후 최악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2.4분기 성장률은 지난 7월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이미 금융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여서 별 충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과연 3.4분기 이후에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과 일본 등의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우리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어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 성장률 환란 이후 최저로 추락 우리 경제 성장의 두 축은 내수와 수출이지만 2.4분기에 내수는 환란 이후 최악을 나타냈고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수출도 둔화돼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GDP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민간 소비가 52%,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등 고정투자가 26%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면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2.4분기 중 민간 소비는 작년 동기대비 2.2% 감소했다. 민간 소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8년 4.4분기(-9.2%)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이 가계 부채에 짓눌린 데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갑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 역시 오피스텔이나 주상 복합건물 등 건설투자 호조로 작년 동기대비 3.5%성장했으나 올 1.4분기의 4.8%에 비해서는 둔화됐다. 성장 동력인 설비투자가 0.8% 감소했기 때문이다.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도 주춤했다. 경공업제품 수출 감소와 반도체.통신기기.자동차 등 중화학제품의 수출 신장세도 둔화돼 1.4분기의 19.8%에 크게 못미친 12% 증가에 그쳤다. ◆ 수출 호조, 투자 회복 조짐 실물 지표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보이지않고 있다. 특히 얼어 붙은 소비가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7월 이후 수출이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에 힘입어 2.4분기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이 집행되면 건설투자를 촉진할 수 있어 하반기에는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 정규영 부총재보는 "작년의 경우 민간 신용(카드 물품 구입, 가계대출)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가 크게 늘었으나 올 들어 가계 대출이 억제되면서 소비 지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총재보는 "하지만 하반기에는 대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추경 집행에 따른 건설투자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출도 호조여서 경제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최근 국내 주요 15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계획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의 설비투자 규모는 작년 동기의 38조7천억원보다 21.3% 늘어난 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도 2.4분기의 위축에서 벗어나 7월 이후 당초 예상보다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7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154억7천만달러로 15.5% 증가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20일 현재 84억3천만달러로 19%가 늘어났다. ◆ 성장의 최대 걸림돌은 노사 분규 이처럼 경제 상황이 호전 기미를 보이면서 한은은 3.4분기에는 2.4분기보다 높은 2.7%, 4.4분기에는 3.8%가 각각 성장해 하반기 평균 3.3%, 연간으로는 3.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잠재성장률(5%대)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우리 경제를 억눌렀던 각종 악재들이 해소 또는 완화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과중한 가계 부채로 소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화물연대나 자동차업계 등의 노사분규가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을 위협할 경우 경제 회복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 경제 회복의 최대 복병은 노사 분규이며 이 문제가 잘 해결돼야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소비 호전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