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의 자산을 '누가 운용해야 하는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기획예산처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복지부는 지금과 유사한 형태로 복지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예산처는 연금 자산 운용업무를 복지부에서 떼내 총리실 산하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이를 중립적인 전문가 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일방적인 입법예고' 보건복지부는 재정경제부,예산처 등과 합의 없이 복지부 산하에 기금운용을 담당할 위원회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을 19일 입법 예고했다. 정부가 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부처간의 어느정도 이견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입법예고부터 한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스스로 국민연금 자산운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아는 복지부가 왜 이런 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일정상 합의가 안되더라도 입법예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감당할 수 있나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지난 6월말 현재 1백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7%에 달한다. 이 가운데 73조원이 국공채 회사채 등 채권에,7조1천억원은 주식에 각각 투자하고 있다. 채권시장(6백33조원)의 11.5%를 차지하는 최대 '큰 손'인 셈이다. 국민연금 적립액은 2030년께 약 6백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30년내 최대 1천7백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이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산운용 주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국민이 맡긴 돈인 만큼 '안전성 최우선' 원칙아래 자산을 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국공채 등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투자비중을 높이면 별도 운용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예산처는 보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재정파탄이 문제돼 '더 걷고 덜 주는'쪽으로 연금체계를 바꿔야 할 상황에서 국공채 등 안전자산 투자만 고집하는 것은 '국민 재산을 축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예산처는 기금운용 담당조직을 복지부에서 분리해 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중량감 있는 민간 전문가들을 추천해 장기적·적극적 투자를 모색할때란 주장이다. ◆주식투자 확대 논란 결국 안전성과 적극적 투자가 부딪히는 접점은 주식 투자다. 예산처는 주식투자를 확대해 기금이 증시 기관투자가로 자리잡고 수익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OECD 국가의 연기금 자산 중 주식 투자비중이 평균 20∼30%인데 비해 한국은 2.2% 수준"이라며 "이는 복지부의 보수적 운용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조직 분리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두 부처는 내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를 놓고도 논란을 벌이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와 비슷한 4조원대를 계획하는 반면 예산처는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런 논란은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한 컨센서스가 미흡한 상황에선 피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