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에서 14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정전사태'로 일부 자동차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던 유가와 금값은 급등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15일 개장한 뉴욕 증시와 나스닥 시장은 강보합세로 출발하는 등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북미전력공급위원회는 뉴욕시의 경우 15일 아침까지 전력 복구율이 30%선에 달하는 등 정전사태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지역인 동부 전체의 전력 마비 사태가 완전 복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 생산 차질 빚어 정전사태는 북미대륙 자동차 업체들에 즉각적인 피해를 입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일본 혼다자동차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은 일시 폐쇄됐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이번 사건으로 북미지역 32개 공장 중 23개 공장에서 작업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통신장애 등으로 일부 공장과 연락이 두절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포드자동차도 각 공장의 피해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통ㆍ통신망의 피해가 컸다. 지하철이 일제히 정지했고,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비롯해 미 동부의 7개 주요 공항에서는 보안검색대 작동이 정지되면서 여객기 이ㆍ착륙이 일시 중단됐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존은 비상발전기를 가동, 유선 서비스 중단 사태는 막았으나 일대 주민들이 일시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바람에 휴대폰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한동안 통신망이 끊기기도 했다. ◆ 금융시장도 출렁 뉴욕 월가의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도 정전사태 충격으로 흔들렸다. 국제유가(1.06%)와 금값(1.04%)이 급등했고, 채권값은 등락을 반복하면서 요동쳤다. 15일에도 미국과 캐나다 일부 도시에서 정전사태 여진이 계속됐지만 뉴욕 증시는 평소와 같은 9시30분(현지시간)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타종과 함께 거래를 시작했다. 나스닥시장도 정상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뉴욕상품거래소는 정전사태 여파로 개장 시간이 늦어지는 등 차질을 빚었다. 이날 증시 개장 직후 다우지수는 오름세로 출발했고, 하락세로 시작한 나스닥도 곧바로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정전사태로 인한 시장 충격이 예상외로 크지 않았다. 뉴욕 월가는 증시 개장에 앞서 이날 오전 7시까지 전력이 거의 복구돼 증권사들이 정상 영업에 들어갔으나, 교통난으로 제 시간에 출근하지 못한 거래인이 많아 오전 거래는 한산했다. ◆ 테러 대비로 큰 피해는 모면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정전사태의 영향이 장기화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투자증권사인 베어스턴스의 존 라이딩 이코노미스트는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 인식 오류) 문제와 9ㆍ11테러 사건 이후 돌발사태가 일어날 개연성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해 왔기 때문에 신속한 복구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9ㆍ11테러 후 수일간 완전 마비 상태를 경험한 월가 금융회사들이 당시 경험을 교훈 삼아 백업체제를 구축,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HSBC 등 주요 증권사들은 전력 공급이 끊기자 즉시 비상 전력시설을 가동시켜 업무 차질을 피하는 민첩성을 보여줬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