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가 안보ㆍ외교와 북핵문제에 치중하면서 경제 문제는 뒤로 밀렸다.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를 간단히 진단하고 장기 비전도 언급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이다. 청와대측은 이전부터 "연설문 작성에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며 내용도 '선택과 집중'을 할 방침"이라며 "경제문제는 상세하게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청년실업 △3백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연쇄자살로 이어지는 서민들의 생활고 △기업인들의 위축된 투자심리 △불안정한 노사관계 △대도시 집값과 사교육비 등 산더미 같은 경제 현안을 감안할 때 이번 경축사는 상당한 아쉬움을 남겼다. 경제문제에 노 대통령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중산층ㆍ서민들의 요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오는 25일 한국경제신문 등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알맹이 있는 경제 살리기 구상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영 대변인도 "정기국회에서 연설 등을 통해 경제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분야 메시지는 △성장 비전 제시와 성장 잠재력 높이기 △민생 해결 △개방정책 지속 △대북 경제협력 계속 추진 등 네 가지로 정리된다. 노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경제가 국정의 제1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경제의 성공 없이는 다른 성공도 어렵다"는 대목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향과 업무 비중을 가늠케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목표와 관련, 시행 방안은 배제한 채 "앞으로 10년 이내에 들어가야 하며, 임기 내에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배양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부동산가격 안정 정책도 이를 위한 정책으로 설명했으며, 청년실업 신용불량자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거나 성장 잠재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처해 왔다"고 강조했다. 노사 갈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산학연(産學硏) 협동 프로그램 확충을 통한 청년실업 대책 약속 등 향후 민생대책도 이와 결부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경협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각종 협력사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