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전투적이고 조직적인 노조의 제물이 되고 있다는 해외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12일 "세계가 디플레와 씨름하고 있는 동안 현대자동차는 노조의 파업에 밀려 임금을 8.6% 인상하는 등 아시아 4위의 한국 경제가 전투적 노조의 제물로 떨어지고 있다(economy is falling prey to millitant labor unions)"고 분석했다. 페섹은 '현대의 고통은 한국의 고통'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한국을 '노동국가(labor state)'로 규정한 뒤 현대차가 6주간 파업으로 1조3천9백억원의 손실을 입었는 데도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3.5%)의 두배가 넘는 임금 인상과 주당근무 0.5일 축소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선례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임금 인상은 물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비슷한 양보를 하도록 노조로부터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대자동차 철도 화물연대 등의 잇따른 파업이 투자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을 비타협적 노동자와 과다 고용 등이 주주가치보다 우선하는 '노동국가'로 치부할 위험이 있다"며 "노무현 정부는 한국 경제가 더 이상 노조의 인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해외에 심어주기 위해 신속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