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의 최근 경제 움직임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전망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고 세계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11일 내다봤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현 추세로 나가면 빠르면 오는 10월 아니면 12월쯤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의 경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관측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5년 이상 이어진 디플레 타격이 워낙 커서 빨라야 3년 후에나 금리 상향조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이들은 전망했다. 제네바 최대 민간은행인 픽텟트 앤드 시에에서 58억달러의 유로본드를 운용하는라지브 데멜로는 "금리 동향이 (상승으로의) 전환점에 온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제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지난 2.4분기 연율 기준으로 2.4% 성장을 달성했으며 2위 경제국인 일본 역시 지난 6월 가계 지출이 근 20년 사이 최대폭의 신장을 기록했음을 상기시켰다. 3번째 경제 대국인 독일 역시 7월에 기업 신뢰가 1년여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캘리포니아 소재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투자 책임자 윌리엄 그로스도 "미국 경제가 이제 리플레이션 상태"라면서 "그간의 디플레 우려가 불식되면서 채권 시장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1천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핌코의 폴 맥컬리 사장도 자신이 지난달 15일까지만 해도 오버나이트 레이트가 향후 2년간은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음을 시인했다. 지난 6월 13일 채권선물 계약을 체결한 투자자들도 당시 연방기금 금리가 최대0.5%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제는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실물경제학자 78명 전원도 12일(현지시간) 소집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또 내년 2.4분기 혹은 3.4분기에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 학자도 53명에 달했다. 유럽의 경우 유리보 선물계약 동향 등을 감안할 때 ECB가 내년 상반기가 끝날 무렵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는 이에 앞서 빠르면 연말께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부 전문가는 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디플레 우려와 관련해 금리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한 것도 채권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달 15일 "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아도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 발언이 FRB가 금리를 내린지 불과 3주만에 나왔음을 상기시켰다. 또 디플레 회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한 시점에서도 6주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46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로드 아벳 앤드 코의 밀턴 에즈라티 수석연구원은 "그린스펀이 잘못 판단했다고 비난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가 시장을 오도한 것은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에즈라티는 그린스펀의 판단과는 달리 미국, 독일 및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괄목할만한 상승을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ECB가 지난 7일 유로권이 올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믿을만한 "이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일본도 올 1.4분기 0.1% 성장한데 이어 2.4분기에는 아마도 0.2%로 성장폭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지적됐다. 일본은 13일 분기 성장실적을 발표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요국 성장을 너무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과 EU의 고용 사정이 여전히 나쁘다는 점을 이들은 상기시킨다.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진데는 기업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지 경제 자체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여행.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센단트의 헨리 실버맨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블룸버그 회견에서 "우리 회사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의 씀씀이가 회복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기업 역시 같은 상황인 것으로 지적됐다. 독일 지멘스의 경우 지난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이동통신 부문에서 2천300명을 추가 감원했다. 이것이 독일의 실업률 상승과 때를 같이하는 것임이 물론이다. 그러나 유럽 기업들이 모두 지멘스처럼 신중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고급차 메이커 바이에리쉐 모토렌 베르케의 헬무트 판케 최고경영자는 "전세계적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뉴욕 및 일본의 증시가최근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을 한 예로 들었다. 장기 침체에 빠져온 일본도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5년 이상의 디플레에서 헤어나 지난 6월의 경우 가계 지출이 근 2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 소비가 경제의 55% 가량을 차지한다. 실업률도 6월에 지난 4개월 사이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본 통화 당국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총재와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은 최근의 채권 수익률 상승이 `그간 염세적으로만 일관돼온 투자 심리가 조정되는 것 뿐'이라면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분간 채권 수익률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2010년이나 돼야 일본의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닛코 시티그룹의 수석전략가 사노 가즈히코는 "일본은행이 쉽게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가 조사한 실물경제학자 12명 가운데 9명도 일본이 제로금리를 포기하기까지 최소한 3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프랑크푸르트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