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이 큰 폭 오르면서 지난해 국내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지난 9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훨씬 높아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현대자동차 등 많은 사업장들의 실질임금 인상폭이 두 자리 수를 웃도는 데다 원화가치가 강세를 지속, 단위노동비용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임금을 생산성으로 나눈 단위노동비용은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국제시장에서 공산품 경쟁력의 주요 지표가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11일 발간한 '8월 노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한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96년 이후 최고치인 5.9%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미국(-1.3%) 일본(-4.5%) 대만(-8.8%) 등 주요 국가들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우리나라 상품 경쟁력 약화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지난 96년 3.5%였다가 외환위기가 밀어닥친 97년 마이너스 7.1%, 98년 마이너스 10.2%, 99년 마이너스 4.4%로 감소세를 지속한 뒤 2000년 1.9%, 2001년 5.2%로 다시 오름세를 탔다.


환율 효과를 감안,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산출한 지난해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9.3%를 기록한 반면 미국(-1.3%) 일본(-7.4%) 대만(-7.9%)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원화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임금상승률은 시급 기준으로 무려 13.4%를 기록한 반면 일본(-1.6%)과 대만(-1.8%)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미국은 3.2% 오르는데 그쳤다.


생산성 증가율은 대만(7.7%)이 한국(7.2%)보다 오히려 높았고 미국(4.5%)과 일본(3.0%)은 비교적 낮았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명목임금은 월 2백3만6천원으로 지난 87년 38만7천원에 비해 무려 5.3배나 증가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경영학과)는 "우리나라의 단위노동비용이 수출 경쟁 상대국인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국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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