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가 진전을 보지 못하자 세계 각국이 그 보완조치로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은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아시아 국가들을 자국 경제권에 편입시키기 위해 파트너 잡기에 총력전을 펴고있다. FTA를 칠레와 단 한건 체결하고도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지난 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시작된 FTA는 올 상반기까지 2백50여건이 체결돼,1백68건이 발효된 상태다. FTA는 국가간 관세나 각종 규제 등을 철폐,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하는 특혜 무역협정이다. ◆아시아는 FTA 각축장=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미 상원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 및 칠레와의 FTA를 논란없이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에 앞서 멕시코 및 캐나다와 NAFTA를 맺은 데 이어 이스라엘 요르단도 자유무역 파트너로 끌어 들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오는10월20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회의(APEC)정상회담에 참석,태국 및 말레이시아와도 FTA협상을 시작한다. 올 연말 체결을 목표로 호주와도 현재 교섭 중이다. 아시아경제의 맹주를 노리는 중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6월 말 홍콩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또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FTA협상을 제안했으며,아세안과의 협상은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인도 및 중앙아시아 14개국과 FTA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분주하다. 싱가포르와 FTA를 맺은 일본은 지난 6,7월 태국 및 필리핀 정상을 잇따라 초청,FTA협상을 제안했다. 또 한국 및 아세안에 대해서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제안해둔 상태다. ◆세계기업도 발빠른 대응=기업들도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대비,해외 생산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FTA가 체결되면 협정 체결국과 비체결국간 관세 차이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본 혼다자동차가 지난 4월부터 아시아 내의 생산 거점을 태국 현지공장으로 통합하고,승용차 '시티'를 생산,필리핀에 수출하기 시작한 게 그 예다. 태국은 30년 전부터 자동차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부품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데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대중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기무라 후쿠세이 교수는 "FTA는 시장개방이라는 세계적 추세와 맞는 데다,협정국끼리 경제적 이익이 확대돼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며 "기업들도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글로벌적인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