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비운의 후계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많은 국민들의 애도 속에 평화롭게 영면했다. 생전에 고인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남북경협사업에 매진, 새로운 한반도시대를 연 선구자로 평가받았으나, 선친 정주영 명예회장의 평생 소원이었던 `통일조국'을 끝내 보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생을 마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 회장의 영결식은 8일 오전 8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동관 잔디광장에서2천여명의 조문객들이 숨죽여 애도하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영결식은 쇼팽의 `장송행진곡'과베토벤 `영웅교향곡 2악장'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보고, 고인 영상물 상영, 추모사, 조전 소개,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 도중 상영된 영상물은 서울 청운동 저택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비롯해 출생에서부터 성장기를 거쳐 경영자로서, 대북사업의 후계자로서 짧은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정 회장의 일생을 담아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고인의 영상이 멀티비전에 나타나자 유족과 지인, 현대관계자 등이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고, 옆에서 지켜보던 아산병원 직원과 환자들도 너나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정 회장과 대북사업을 함께 이끌어온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약력보고에서 "정회장님의 업적에 대해 남북의 7천만 겨레는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의 진심어린 축하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보내왔다"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어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보에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오늘 회장님의 영전 앞에 다시 서니 가슴이 메어질 뿐"이라며 애통해 했다. 손 회장은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떠나셔야 했습니까, 기업인으로서 이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이렇게 꼭 떠나셔야 하셨습니까, 이제 누가 회장님의 빈자리를 대신 한단 말입니까"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서러움이 복받치는 듯 울먹였다. 서강대 박홍 이사장은 추모기도에서 "선친 정주영 회장님의 뜻을 따라 분단의한을 경제협력과 화해로 풀기 위해 지난 3년간 당신은 모든 것을 바쳐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고인을 회고했다. 우인(友人) 대표로 나선 김용옥씨는 "검찰이든 대통령이든 모두 최선을 다했고정몽헌도 죽음으로써 최선을 다했다"며 "정몽헌의 신념은 모든 이의 신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영결식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사장, 조순 전 서울시장, 민주당 정대철 대표, 정균환 원내총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자민련 손경희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이웅렬 코오롱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제프리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등 각계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해 레온 라포테 주한미군사령과, 일본스미토모(住友)상사의 미야하라 겐지 회장, 미쓰이(三井)물산의 오하시 노부오 회장,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등은 조전을 통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앞서 오전 7시부터 서울아산병원 3층 빈소에서 상주 영선군과 미망인 현정은씨,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준 의원 등 유가족들이 천구의식(관을 움직이기 전에지내는 제사)을 가졌으며 이어 장례식장 1층 발인장에서 유족들의 흐느낌 속에 유교식으로 발인제가 진행됐다. 영결식이 끝난 뒤 대형 영정사진 차량을 선두로 운구차, 가족과 지인 등 800여명을 태운 버스 27대 등 장례 차량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하남시 창우리 선영으로 향했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