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들 3개국의 경제현안을 꼬집는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마냐나 경제(Manana Economy), 일본=좀비 경제(Zombie Economy), 중국=자전거 경제(Bicycle Economy)'다. 물론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 마냐나 경제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미 정부 주요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존 스노 재무장관 등은 최근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3.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았다. 주요인사들의 이 같은 낙관론에는 근거가 될만한 실증적·정책적인 요인이 있다. 미ㆍ이라크 전쟁 이후 주가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와 종전만 못하지만 그동안 추진한 금리인하, 세금감면과 같은 경기대책이 시차를 갖고 올 하반기 이후에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요즘처럼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있어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보다는 심리적인 요소가 중시되는 시대에 지도층 인사들이 '밝은 미래'를 강조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뉴욕 월가에서는 워싱턴발(發) 낙관론을 '마냐나 경제론'으로 꼬집으면서 투자자들에게 현혹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마냐나는 스페인어로 '내일'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뜬다'는 식으로 경제 앞날을 밝게 보는 경제관을 '마냐나 경제론'이라고 부른다. 어느 나라나 정부 지도층 인사들은 나라 경제를 밝게 보려는 성향이 뚜렷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 좀비경제 =일본 경제의 앞날을 보는 일본 '안'과 '밖'의 시각이 대조적이다. 지난 13년 동안 침체과정에서 경기회복을 학수고대해 온 일본 주요 인사들은 올들어 외국자금 유입으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오르는 것을 확대 해석해 "올해가 경기회복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반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 경제를 '좀비경제'라 부른지 오래됐다. 본래 좀비족이란 대기업이나 방대한 조직속에서 일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죽은 시체와 같은 조직원을 의미한다. 일본 경제를 '좀비경제'라 부르는 것은 일본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인 기업과 가계가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현상을 꼬집은 용어다. 실제로 일본은 금리가 '제로' 수준인 데다 공공부채가 국민소득(GDP)의 1백32%에 달해 거의 모든 정책이 무력화된 상태다. ◆ 자전거 경제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중국 경제의 앞날은 밝은 편이다. 중국은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세계 경기 동반 침체와 미ㆍ이라크 전쟁,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피해 등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8% 이상의 견실한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런 중국을 '자전거 경제'라 부르고 있다. 고도성장 이면에는 금융기관 부실채권과 같은 내부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있으며, 따라서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계속해서 높은 성장을 유지해야만 중국경제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에서 붙여진 용어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이런 내부문제를 극복하고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한국경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마냐나ㆍ좀비ㆍ자전거 경제'의 특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을 의식해서 그런지 올 하반기 이후의 국내 경제를 낙관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에는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가계와 기업들의 정책당국ㆍ정책ㆍ관료집단에 대한 무관심은 의외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한국 경제를 두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어떤 용어를 붙일지 자못 궁금하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