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의 3대주주인 SK텔레콤이 3일 하나로통신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를 전량 외국인에게 배정해줄 경우 증자에 찬성하겠다는 새 안을 LG측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일 하나로통신 유상증자안 결의를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LG측은 이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는지,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K텔레콤의 새로운 제안 하나로통신 유상증자 때 주주배정 공모 후 발생하는 실권주를 전량 해외투자로 유치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현재 LG가 제안한 주당 발행가 2천5백원의 유상증자안은 이전 외국인 투자자가 제안한 주당 3천1백원에 외자유치를 하는 방안보다 가격이 20% 낮아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게 SK텔레콤측 주장이다. 그러나 외자유치를 다시 추진하려 해도 최대 주주인 LG가 반대하고 있어 성사되기 어렵다. 따라서 주주총회 후 이사회를 다시 열어 발행가와 실권주 처리 방안을 확정하자고 SK측은 제안했다. 이 안에 대해 하나로통신 2대주주인 삼성전자와 이미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1억달러 규모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관련,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하나로통신 기업어음(CP)을 지급보증해줘 단기 유동성 위기를 막겠다는 안도 제시했다. ◆중재안 배경 SK텔레콤이 중재안을 낸 것은 LG의 하나로통신 인수를 확실하게 막으면서도 유상증자 부결시 자사 이익에 집착,주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LG가 유상증자에 성공,하나로통신을 인수하면 저가의 유·무선 결합상품을 출시,SK텔레콤을 견제할 수 있는데다 정부의 후발업체 지원이 강화돼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LG가 추진하는 유상증자를 무작정 반대할 경우 하나로통신이 자금난에 빠질 수 있어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G의 계획대로 유상증자 뒤 데이콤같은 LG 계열사와의 통합이 추진되면 하나로통신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다"며 "실권주의 외국인 배정이 이뤄지면 유상증자에 참여해 LG를 계속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새로운 중재안에 대해 LG측은 "이사회에서 이미 LG가 실권주인수를 결의했는데 이를 번복하려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야 하고 실권주를 외국인에게 배정하는 데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실권주가 많이 발생해 외국인이 1대주주가 될 수 있다면 LG가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게 된다. 데이콤과의 통합을 추진해온 LG는 전반적인 통신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SK가 공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LG 단독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시키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LG측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