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확대로 이탈한 국제 투자 자금의 국내 유입으로 원화 강세 기조가 장기화하고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미국 쌍둥이 적자의 향후 전망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영향 및 대응 과제'라는 분석 자료에서 "미국의 재정 적자 및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경우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이탈한 국제 투자 자금의 일부가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됨으로써 원화 강세기조가 장기화하고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높아지는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은 원화 강세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 덤핑등 일시적인 가격 경쟁 전략을 지양하고 가격 및 비가격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책 당국은 인위적인 환율 조정의 장.단기 실효성 등을 검토하고 미 달러화 약세 기조하에서의 적절한 외환정책을 마련,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정부는 금융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을 제고하고 자본 유입에 따른 자산가격의 거품화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한편 정책 운용시에도 자본유입이 각종 경제지표에 미치는 왜곡 요인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무역구조를 다변화하고 국제 결제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자유무역지대 형성 등을 통한 역내교역 활성화로 미국 시장 및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수록 이를 인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미국측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특히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과거와 같이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외국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하면서도 정치적 영향력이 큰 거대 기업이 주류를 이루고있는 산업에서 강력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심각한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에도 달러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상수지 및 재정 적자 규모는 올해 각각 5천700억달러와 4천500억달러에 달해 규모면에서 1980∼1990년대에 기록했던 종전 최대치(경상수지 86년 1천607억달러, 재정 92년 2천900억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