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기업 소득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다. 올 들어 미국같은 선진국에서 폴란드 등 체제전환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가 법인세를 내렸거나,인하를 추진중이다. 주로 선진국은 기업의 투자촉진 및 해외이전방지를 통한 경기회복을 위해,개도국은 외국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미국은 의회가 법인세 인하 앞장서 최근 국제회계법인 KPMG의 '세계 법인세율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탈리아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 20여개국이 법인세를 내렸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현재 30.8%로 1년 전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졌다. 법인세 인하의 선두주자는 벨기에와 아일랜드로 지난 1년 사이에 각각 40%에서 34%로,16%에서 12.5%로 대폭 내렸다. 싱가포르는 24.5%에서 22%로 인하했고,이탈리아와 캐나다도 지난 1년간 2%포인트씩 낮췄다. 올 들어 법인세 인하를 추진중인 나라도 미국 헝가리 등 10여개국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의회와 정부가 앞장서서 법인세 인하를 서두르고 있다. 상하원 의원들이 발의한 법인세 인하 법안은 3건에 이르고,인하 추진폭은 3%포인트 이상의 대규모다. 법안들은 현재 35%인 세율을 31.5~32%로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법인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올 정도로 미국의 법인세 인하 바람은 강하다. 일본에서는 재계가 법인세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정부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 대신 올해 법인세를 9백억엔 감축하는 등 한시적인 세금감면 정책을 시행중이다. 슬로바키아 등 내년에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둔 동유럽국가들은 법인세율을 세계 최저인 아일랜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선진권은 경기회복,개도권은 외국기업 유치가 주목적 선진권의 법인세 인하는 경기회복을 주목적으로 한다. 외국기업 유치 목적도 있지만,법인세율이 30%를 넘는 높은 상황에서 1~2%포인트 인하한다고 해서 외국기업이 대거 들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선진국들은 법인세인하를 통해 자국기업의 해외이전을 억제하고 국내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경제성장 유지및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개도국들은 외국기업 유치확대가 주된 목표다. 국내경기 회복도 겨냥하고 있으나 이는 부차적인 목적이다. 지난 90년대초만 해도 빈국이었던 아일랜드가 선진대열에 올라선 것은 대폭적인 법인세 인하 등으로 외국기업을 대거 끌어들인 덕분이었다. 이와 관련,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지금같은 글로벌경제에서 경제성장은 외국기업 유치 여부에 달려있고,외국기업 유치는 법인세에 크게 좌우된다"며 법인세 인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