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90년대 말 한국의 외환위기 때 그릇된 처방을 내려 경제상태를 오히려 악화시켰음을 시인하는 공식 보고서를 내놓았다. IMF 산하 독립평가국(IEO:Independent Evaluation Office)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IMF와 최근의 자본계정위기:인도네시아 한국 브라질 평가보고서'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가 한국 등 아시아 환란국에 대해 △고금리 등 초긴축정책을 강요하고 △외환위기 초기에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오류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IMF의 주요 출자국들이 이들 경제위기국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한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아시아 환란 당시 IMF가 미국의 영향력에 좌우됐다는 세간의 비판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총 2백70여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보고서는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IMF의 수습능력과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아비판하는 일종의 참회록이다. IEO는 50여쪽 분량의 '한국 외환위기 평가'부문에서 "IMF가 위기 초기에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한국정부에 긴축재정을 강요,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에 강요한 고금리 정책은 대표적인 실책이라고 강조했다. IEO 보고서는 이어 "한국의 경우 민간부문의 지원을 중재하는 IMF의 역할이 제한된 것도 문제였다"고 전제,"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출자국 정부들이 (한국 등 수혜국) 은행들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한국 외환위기에 대한 이같은 오진과 잘못된 처방에도 불구,이듬해인 99년 브라질 경제위기 상황 때도 거의 비슷한 실수를 범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