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년째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타결지은 현대중공업이 25일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대규모 '노사화합잔치'를 열기로 해 화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후 5시30분 사내에서 임직원과 가족 주민 등 3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사 화합잔치를 연다. 노조 창립 기념행사와 함께 치러지는 이날 잔치는 우수 조합원 시상,관악단 연주,사물놀이 및 합창단 공연,연예인 초청공연,경품 추첨,노래자랑,불꽃놀이,레이저쇼 등으로 꾸며진다. 특히 이 행사를 위해 노사는 5백cc 짜리 생맥주 4만잔을 준비했다. 이는 웬만한 호프집이 6개월 이상 판매해야 소화해낼 수 있는 양이다. 이 맥주를 탱크로리 5대로 수송할 맥주회사도 "창사 이래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김밥도 무려 1만3천줄이나 준비한다. 1줄을 20cm로 계산해 이으면 전체 길이는 무려 2.6km. 당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 동안 사원 부인 3백30여명이 직접 식당에서 준비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앉을 돗자리도 가로와 세로 각각 10m짜리를 1백40개(축구장의 2.2배)나 특별히 제작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3일 임금 9만7천원 인상과 상여금 2백%,생산성향상 격려금 통상급 1백%,산업평화 유지 격려금 1백만원 지급 등에 합의하고 노조가 찬반투표를 가결시켜 9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반면 같은 울산의 현대자동차는 현대중공업의 잔치 소식에 침통한 분위기다. 회사와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다음주 여름휴가 전 타결을 기대하고 있는데도 노조가 회사의 파격적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안을 제쳐둔채 총투쟁대회에만 열중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당초 24일 오후 2시 노사 실무협상을 갖기로 했으나 노조의 요구로 25일로 미뤘다. 그만큼 휴가전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 회사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감안하면 노조원들의 평균임금이 종전의 4천8백만원에서 5천만원 이상으로 크게 높아진다"며 "그런데도 주5일 근무제와 퇴직금 누진제를 도입하라고 노조가 주장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차 노사협상이 25일에도 타결되지 않으면 이 회사 노조 일반조합원들은 전하동에서 남목고개 넘어오는 풍악소리에 꽤 속앓이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심기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