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융단 폭격'으로 하이닉스반도체는 상당 기간동안 두 지역에 대한 직접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다행히 IT(정보기술)경기가 회복되면서 물량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다양한 우회방안들이 먹혀 들고 있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극단적인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설비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경영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양한 수출방법=최근 D램 공급이 달리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하이닉스는 큰 화는 면하게 됐다. 세종증권의 최시원 애널리스트는 "D램 시장의 주도권을 공급업체들이 쥐고 있는데다 하이닉스가 물량기준으로 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어 PC업체들이 하이닉스에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HP는 EU 미가입 국가인 체코의 HP현지법인이 1백% 하이닉스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배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델컴퓨터의 경우 중국에 있는 모듈업체 킹스턴으로부터 하이닉스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IBM 등도 마찬가지다. 하이닉스는 또 미국 유진공장을 수출전진기지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미 1억달러를 투자해 회로선폭을 0.13㎛(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로 축소하고 생산량도 50%가량 늘렸다. 이같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까닭에 수출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최시원 애널리스트는 "시황이 계속 호전돼 2백56메가 DDR D램이 5달러를 넘어서면 하이닉스가 올해 영업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D램 의존 축소=하이닉스는 플래시메모리와 비메모리 등을 강화함으로써 D램 의존도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우선 이천과 청주공장의 노후화된 기존 D램 라인을 계속 비메모리로 전환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LCD 구동칩 생산을 늘리고 유기EL 구동칩도 양산하기 시작했다. 비메모리사업을 위해 영국의 ARM사 등으로부터 기술도 도입했다. 메모리 중에서도 플래시메모리와 S램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럽최대의 반도체회사인 ST마이크로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양사는 현재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낸드(NAND·데이터저장형)플래시메모리를 공동개발하고 하이닉스가 생산한 뒤 공동으로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외자유치와 매각=하이닉스반도체는 궁극적으로는 사업부별로 외자유치와 매각 등을 통해 독자생존을 추진하기로 했다. D램만해도 상계관세부과에 대응한 우회수출은 사실상 미봉책이고 수익면에서도 불리하다. 내년도에 시황이 호전돼 흑자가 나더라도 연간 수조원이 투입돼야 하는 설비투자자금 충당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중국의 반도체업체들에 D램 사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