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없어 매년 임금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던 삼성중공업이 올해는 임금협상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18일 회사측과의 12차 임금협상에서 잠정합의안에 구두로 합의했으나 뒤이어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되고 말았다. 구두합의안 내용은 ▲기본급 5.5%, 6만3천288원 인상(정기승급 상승분 제외) ▲생산성 격려금 300% ▲타결 격려금 60만원 ▲목표달성 격려금 100만원 등이다.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도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노동자협의회위원장 직권으로 임금협상안을 통과시켰던 삼성중공업측은 올해도 비슷한 사태의 전개를 원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협의회 대의원들과 사원들의 거센 항의에 밀려 직권 동의를 거부함으로써 사태는 다른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노동자협의회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 임금협상을 다시 벌이기로 결의한 것. 더욱이 노동자협의회는 회사측에 쟁의발생 신고서를 전달한 상태여서 차기 집행부가 강경대응으로 나갈 경우 무노조 삼성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에서 쟁의발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사측은 23일 오후부터 회사 현장관리자들을 동원, 구두합의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시하는 동의서를 받고 있어 '각개격파 전술'을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직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한 직원은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협상안에 대해 직원들을 관리하는 현장관리자들을 동원,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은 노사 임금협상의 기본을 무시하는 처사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사측의 이러한 행태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무노조 삼성중공업이 15년만에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겪고있는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