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은 작년에 3조원 가까운 흑자를 내고도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종신보험의 판매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생보협회가 10개 주요 생보사의 지난 4~5월 종신보험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신계약 건수는 33만7천6백24건, 초회 보험료는 5백7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46만7천7백97건, 1천1억원)과 비교하면 신계약 건수는 27.8%,초회보험료는 42.2% 감소한 것이다. 이들 10개 회사의 경우 작년에 총 2백50여만건의 신계약을 기록, 2001년 대비 15.6% 줄어든 실적을 보였는데 올해 들어선 감소세가 더 확대되고 있다. 종신보험의 판매가 둔화된 것은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미 상당수 사람들이 종신보험에 가입해 있다는데 원인이 있다. 2000년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종신보험의 성장커브는 작년을 기점으로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요즘 '포스트(post) 종신보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올해 들어서 갖가지 종류의 신상품을 내놓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보험상품의 판매추세를 볼 때 현재로선 종신보험의 자리를 변액보험과 CI(치명적질병)보험, 연금보험 등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 종신보험과 같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지가 미지수이긴 하지만 그 가능성은 점차 엿보인다. 투자형 보험상품으로 불리는 변액보험은 작년엔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선 부쩍 큰 관심을 사고 있다. 주식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변액보험 상품의 수익률도 크게 올라가고 있어서다. 변액보험은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향후 지급될 사망보험금(변액종신)이나 연금(변액연금)의 규모도 함께 커진다. 전문가들은 자산종합관리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변액보험이 투자 대안상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저금리에 실망한 일부 은행예금 고객들의 경우 자산불리기 차원에서 변액보험에 돈을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게 영업 현장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게다가 최근엔 외국계 메트라이프생명이 '변액유니버설보험'이란 선진형 상품도 선보였다. 은행예금 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투자실적에 따라 보험금 규모가 달라지게 설계돼 있는 등 이 상품은 '퓨전'을 좋아하는 금융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다른 한편에선 CI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치명적 질병에 걸리거나 중대한 수술을 받게 될 경우 사망보험금의 50% 이상을 미리 지급하는 이 상품은 발달된 의료기술, 수명연장의 꿈을 자양분 삼아 국내 보험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다. 동양 금호 AIG 뉴욕 생명 등 생보사들은 앞다퉈 CI보험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보험료가 종신보험 만큼 비싸긴 하지만 치료할 자금만 있으면 웬만한 질병은 치유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상품 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1천9백여 종류에 이르는 치명적 질병 대부분이 치료 또는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삼성생명 금융연구소의 이광호 연구원은 "치명적 질병에 걸린 환자가 필요로 하는 자금은 생활 및 치료 자금만 1억원이 넘는다"며 "생존치료에 대비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할 필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환경의 변화, 의료기술의 변화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의 변화도 보험가입의 트렌드를 바꿔 놓고 있다. RV(레저용) 차량을 겨냥한 자동차보험이라든가 주말ㆍ레저 보험등이 인기를 끄는 게 대표적인 예다.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RV차량 소유도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된 보험상품이 '뜨고' 있는 것이다. RV자동차보험은 고객들의 생활패턴을 감안해 차량 내 휴대품 손해도 보상해 주는 등 보장범위를 넓혔다. 레저보험의 경우 손보사들은 기존 운전자보험에다 주말보장을 강화하거나 레저활동 중 상해ㆍ재해에 대한 보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설계,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입법화되면 이들 상품에 대한 가입열기는 한층 더 달아오를 전망이 다. 향후 주목해야할 상품이 한 가지 더 있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8월 말 도입되면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상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초창기엔 저축성보험 신용보험 등의 판매만 가능하기 때문에 종전보다 보험료가 저렴한 연금보험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준비를 걱정해온 사람들은 방카슈랑스용 연금보험에도 눈을 돌려봄직 하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