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인 오티스LG를 벤치마킹하라.' 동양에레베이터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는 세계 3위 엘리베이터업체인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가 경쟁업체인 오티스LG의 지배구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티센 측이 동양과의 협상과정에서 내건 투자조건도 합작법인 형태를 오티스LG와 같은 '유한회사'로 가져가겠다는 것. 티센이 비상장사인 동양중공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동양중공업이 동양에레베이터의 승강기사업을 인수하는 구조를 만든 것도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동양 관계자는 "티센이 상장사인 동양에레베이터에 직접 투자할 경우 주가관리 배당 등 주식관련 업무가 늘어나고 공시의무로 인해 경영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면 유한회사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최적의 기업모델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2월 미국 오티스가 LG전자와 공동으로 LG산전의 승강기 사업부문을 인수,출범한 오티스LG는 '대기업=주식회사'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성공적으로 한국에 안착한 케이스. 오티스 관계자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익숙한 국내에서는 '유한회사=중소기업'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지만 안정적 수익기반을 갖고 있을 경우 유한회사는 대기업에도 효율적인 기업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배당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대규모 투자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생략할 수 있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주식회사는 상장을 위해 지분을 분산해야 하고 이후에도 주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자금 조달에 대한 '대가'를 지속적으로 치르면서 경영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외국기업의 경우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유한회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컴팩을 인수한 HP(휴렛팩커드)가 국내법인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것도 세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유한회사의 경우 해외법인이 적자가 발생할 경우 본사는 적자분을 본사 경영실적에 합산,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HP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따른 단기간의 자본투자 손실과 해외법인에 대한 대규모 시설투자로 인한 자본수지 악화를 모두 본사 실적에 반영,엄청난 세제상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투자기업 중 질레트코리아 캐리어 등도 본사 방침에 따라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