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 자금인 원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한도를 4조원 더 늘린데 이어 은행과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외화차입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는 북핵사태 영향으로 상반기중 외화차입이 힘들었던 은행들이 지난달 들어 차입여건이 개선되자 한꺼번에 달러를 들여와 환율 하락(원화가치 평가절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환율 하락은 수출가격 경쟁력을 떨어트려 수출기업과 하청ㆍ납품업체들에 그만큼 부담을 주게 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1일 "환(換)투기 세력도 문제지만 올 하반기중 은행 공기업 등이 약 1백억달러(올해 전체로는 1백70억달러)를 차입할 계획이어서 환율하락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환율 안정을 위해 차입이 몰리는 것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자체나 정부투자ㆍ출연기관이 3천만달러 이상의 외화(만기 1년 초과)를 들여올 때 재경부 장관과 사전 협의하도록 돼 있는 외국환거래규정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을 비롯 적지 않은 공기업들이 하반기 집중적으로 외화자금 차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차입시기나 규모 등을 조정해 주도록 협조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지난 6월 중ㆍ장기 외화차입(만기 1년 초과) 규모가 24억8천만달러로 5월(12억6천만달러)의 2배로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 가운데 산업은행이 올해 40억달러,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20억∼30억달러의 차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대개 외화차입시 헤지(리스크 회피)를 위해 장외시장에서 스와프(다른 통화와 교환)를 걸어놓아 환율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외화차입 금리 기준이 되는 외화표시 외평채 가산금리(미 재무부채권 금리기준)는 북핵 재처리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1.0%포인트(뉴욕시장 기준) 선을 유지하다가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14일 1.03%포인트에서 18일 1.13%포인트로 오르는 등 차입조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