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규모가 60조원이 넘는 은행신탁을 앞으로 5년 후 금지하는 법안을 놓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21일 공청회를 열었다. 은행권 전체의 수익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사안인 까닭에 공청회 열기는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논란이 된 법안은 정부가 제출한 자산운용업법 개정안. 기존의 증권투자신탁업법과 투자신탁업법, 신탁업법 등 3개 법률을 하나로 통합한 법안이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은행이 지금처럼 자산운용업을 계속 겸영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그러나 국회 재경위가 은행의 자산운용업 겸영을 5년간만 허용하고 이후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안 수정을 검토 중이다. ▶한경 6월9일자 A1, 3면 참조 재경위 안대로 자산운용업 겸영이 금지되면 은행은 신탁상품을 판매만 할 수 있고 운용부문은 투자신탁운용회사들에 넘겨줘야 한다. 은행들로선 '펀드 운용 수수료'라는 수익원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신인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론적으로 볼 때 시가평가와 감시기능이 철저히 이뤄진다면 은행의 자산운용업 겸영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 법인에 의한 겸업과 사내겸영의 차이는 재무적 위험의 전이를 차단하는 방화벽의 존재 유무"라며 "그러나 자산운용업은 펀드의 손익이 모두 투자자에게 귀착되므로 방화벽의 필요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배학 한미은행 부행장은 "겸업을 금지할 경우 은행의 기관투자가 역할이 위축돼 간접 투자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운용산업이 잘 발달돼 있는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은행에 자산운용업은 물론 증권, 보험업무까지 겸영할 수 있는 유니버설뱅킹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고객 신뢰도가 은행보다 낮은 투신사들은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시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수형 서울투신운용 사장은 "은행은 펀드자산을 운용할 때 고유업무인 대출업무에서 파생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은행 업무 중 자산운용업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은행에 자산운용업 겸업을 허용하면서 자기 은행 지점이 아닌 증권사 등 다른 판매채널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중기 한림대 교수는 "은행의 자산운용업 겸업은 대출ㆍ수탁ㆍ수익증권판매 부문과 자산운용부 사이에 이익충돌이 생길 우려가 매우 높다"며 "증권사 등에 겸업을 허용하지 않는 한 은행도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